칠곡군 왜관읍 왜관8리에 소재하는 동정천(달오천) 물가에 왜가리 한 마리가 미동도 하지 않고 고고하게 서 있다. 물억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바로 옆에서 청둥오리 가족이 물놀이를 하는 것에 대해 아랑곳 하지 않고,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 짝인 왜가리에게 조차 관심이 없는 양 혼자 서있다. 그 왜가리는 시간의 흐름을 벗어난 절대적인 존재인 것처럼 보인다.
갈대는 물가에 살고, 억새는 산을 비롯한 뭍에서 자라지만, 물억새는 동정천에서 보듯이 물가에서도 살고 있다. 백조가 고니고, 학을 두루미라고 부르며, 백로와 왜가리가 같은 소나무 등에서 둥지를 튼다는 사실과, 황새와 학에 대하여 외관상 구별하지 못해도,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지장이 없다.
금성은 초저녁 서쪽하늘에서 밝게 빛나고, 동쪽하늘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밝게 빛나며 이동하는 별이 화성이라는 사실을 모른다고 해서 누구도 비난하는 이가 없다. 단풍이 곱게 물들면 아름답다고 환호 하지만, 한 해의 삶을 마감하면서 자신의 잎에 남아있는 영양분과 수분을 거두어들여 다음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이라는 사실에는,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세상사로 눈을 돌려 보면, 사람들은 세상사가 모순(矛盾)과 갈등(葛藤)으로 뒤섞여 있다고 혼란스러워한다. 비난받아 당연한 사람이 훌륭한 사람으로 둔갑을 하고, 비겁한 수단과 방법으로 재물이나 지위를 얻은 자에게 "그 사람 대단하다"라고 말을 하면서 그 사람에게 정당성을 부여해 준다. 정말 훌륭한 삶을 사는 사람에게 "그 사람 정말 대단히 훌륭한 사람이다"라고 평가해야 사리에 맞는 것이 아닌가.
창(矛)은 방패(盾) 뚫어야 하고, 방패는 창을 막아야 하니 모순이다. 사람들은 모순에 너무나 익숙해지고 있는 모양이다. 가치관의 혼란으로 거짓이 참이 되고 참이 비난을 당하는, 사람에 대한 평가기준이 칡덩굴(葛)과 등나무(藤)줄기가 뒤엉기는 것 같은 갈등을 벗어나지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옛날에는 `고약한 자`를 동네에서 멍석말이 몽둥이찜질을 하든지 아니면 쫓아내든지 했지만, 오늘날에는 "방귀 뀐 놈이 성 낸다"라는 식으로 도리어 길길이 날뛰고 당사자를 해코지 하려고 덤비니 모른 체하는 것이 상책인양 무관심으로 대하는 것이 세상인심이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지만, 사실 어물전에는 신선한 많은 다른 종류의 고기들이 있다. 겸손하고 어진 사람은 결코 자신을 자랑하거나 내세우지 않지만, 우리들 주위에는 가난하지만 남의 것을 빼앗지 아니하고, 거만하게 사람을 무시하는 자에게 당당하게 꾸짖고, 손해 보는 것을 마다 않고 바른 말과 행동을 하는 진정한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이런 진정한 이웃들과 함께 살아 갈수 있기에 매일 아침에는 태양이 뜨고 밤에는 편히 쉴 수 있는 것이다.
동정천의 그 왜가리가 높이 비상하고 낙동강 건너 자신의 둥지가 있는 도고산 쪽으로 힘찬 날갯짓을 하면서, 나를 보고 "생명을 보고 자연과 함께 하면서 자유인이 되라"하는 것 같다. 그리고 빈 푸른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