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은 미국의 금융 태풍으로 전 세계를 경제공황과 위기로 내몰았다. 이 태풍의 가공할 공포와 위협은 이제 시작일 뿐,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데 있다. 경보도 없이 들이닥친 경제 태풍은 우리 삶을 사정없이 흔들고 있고, 새해 2009년의 설계와 기대를 깡그리 깨트려버리고 한숨과 걱정 속에 한 해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떨게 만든다.
지난해는 돌발적이고 예상하지 못했던 큼직한 일들이 벌어졌고 충격적인 사건들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요동쳤다. 2008년은 시커멓게 변해버린 태안반도의 갯벌과 바다를 씻어내는 일부터 시작됐다. 청정 바다가 시커먼 기름바다로 변해버리고, 생명의 보고였던 갯벌이 검은 기름으로 뒤덮여 죽음의 바다가 돼버리자 온 국민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갯벌과 바다의 검은 기름을 옷가지와 이불깃으로 얼굴과 마음을 씻어내듯 기름을 닦았다. 국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바다가 오염되고 생명을 잃은 것에 깊은 반성과 함께 마음을 닦아냈다.
국보 1호 숭례문의 화재와 소실은 국민들을 경악하게 한 사건이었다. 하나의 문화재가 사라졌다는 허망함만이 아닌, 민족 자존심과 문화 정체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 주었다. TV로 숭례문 전소 장면을 시청하면서, “이럴 수가!” 가슴을 치면서 통탄하고 울분을 참지 못했다. 국보 1호를 잃은 것은 민족정신과 민족문화에 대한 무관심의 결여가 가져온 참변이었다. 어이없게도 국민들은 민족 자존심의 상징물이 TV 생중계 중에 허물어져 내리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쇠고기파동으로 시작된 촛불시위는 무려 100일간이나 촛불군중이 광화문과 시청 앞을 메우고 경찰과 시위군중의 대치로 국회도 없었고, 정치도 실종되었다. 나라의 원로도 보이지 않았고, 극과 극의 대치와 충돌이 있을 뿐이었다. 2008년의 대형 사건들은 대비 부족과 안일한 사고 풍조가 빚어낸 재앙이었다.
지난해보다 가혹한 시련과 고통이 2009년에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세계의 모든 나라가 경제난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 새해의 화두요 당면 과제다. 나라와 민족마다 있는 힘을 다해 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 한파를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에 골몰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난국 극복에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 극단적인 개인주의, 이기주의를 버리고 기름으로 뒤덮인 태안바다의 갯벌과 바다를 전국 수백만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자신이 입었던 속옷이나 이불 천으로 닦아내듯 내일의 희망을 찾아내야 한다. 숭례문을 잃고 얻은 깊은 반성과 각오로써 우리는 한마음이 되어 가난과 소외와 고통 속에 신음하는 이웃을 돕는 일에, 경제 한파를 녹이는 일에, 다함께 마음과 실천의 촛불을 켜들 때다.
지금이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사정을 귀담아들어 주고 한마디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면 다소나마 그들이 새롭게 출발하는 데 힘이 되지 않을까. 추위는 서로 부둥켜 안으면 녹일 수 있고 웃음과 희망이 전파된다고 한다. 그들에게 최소한의 온기라도 전달되어 무사히 겨울을 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다시 봄이 오지 않을 것 같은 계절이지만, 산속의 산수유나무는 빨간 열매와 함께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과 눈보라를 견디면서 새봄 가장 먼저 노란 꽃을 피우기 위해 지금 한창 준비 중일 것이다. 다함께 이 겨울 가고 새봄, 다시 파란 새싹이 돋아나는 낙동강변을 자전거를 타고 힘차게 달리고 싶다./woopo20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