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실 거랑에 가을이 왔다 이모가 벗어 탈탈 털어 돌 위에 얹어 놓았던 적삼이 잘 마르는 가을이 왔다 무엇이든 널어놓으면 한나절에 꾸덕꾸덕하고 알몸 덮어줄 껍질이 생기는데 이 거랑 만 한 곳이 있을까 깊은 상처도 널어놓으면 토란 줄거리처럼 용케 말라 아물고 긴 그믐밤도 널면 오그락지처럼 오그라드는데 재실 거랑에 널린 돌들은 몇 해가 지나도 그대로다,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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