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면 석우리 불골(佛谷)은 마을 뒷산에 불상(佛像)이 있었다 해서 붙여진 마을 이름이다. 그런데 이 불골(佛谷)과 불골(火谷)의 한글 음이 같아서인지는 몰라도, 옛날 이 마을에 불이 자주 일어났다고 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석우리 불골(佛谷) 마을 앞에는 화봉이라 이름 붙은 뾰족한 산이 하나 솟아 있다. 옛날 한 도사가 이 마을을 지나가다가 마을에 불이 자주 일어나는 것을 알고는 "이 마을에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마을 앞에 있는 저 화봉 때문이다. 그러니 정월 보름날 달이 뜨면 화봉 꼭대기에 소금단지를 묻고 ‘화봉에 불이요’를 외치고 소원을 빌면 마을에 불이 나는 것도 막을 수 있고 또 아들 못 낳는 사람은 아들도 낳을 수 있을 것이다” 하였다. 그 후 마을 사람들은 화재를 예방하기 위하여 정월 대보름달이 뜨기 직전에 화봉 정상에 올라 소금을 넣은 단지를 묻고 제사를 지냈다. 이 때 제관은 아들 낳기를 희망하는 사람 중에서 선발하였는데, 제관으로 참석해 소원을 빌면 반드시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 때문인지, 이 마을 주민은 물론이고 소문을 듣고 외지에서도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제사를 지낸 뒤 달이 뜨면, 제관이 짚으로 만든 횃대에 불을 붙여 마을을 향해 높이 쳐들면서 `화봉에 불이요` 하고 외치기를 세 번하면 마을에서도 세 번을 화답한다. 그 다음 마을에서는 아랫마을과 윗마을로 나뉘어 불붙은 횃불로 달집에 불을 붙여 달집을 태운다. 그와 동시에 아랫마을과 윗마을이 편을 갈라 짚으로 만든 여러 개의 횃대에 불을 붙여 밀고 밀리는 횃불싸움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액운을 막기 위해 왜 하필 소금단지를 묻고, 횃불싸움을 했을까? 그것은 소금이 부정을 정화하는 상징물이기도 하지만, 바닷물을 뜻하기도 하기 때문에, 소금을 묻어 부정을 가시게 하는 동시에 바닷물로 화기를 잠재우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횃불싸움은 쥐불놀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오래전부터 농경사회에서는 쥐불의 크기에 따라 그 해의 풍년 또는 마을의 길흉을 점치기도 하였다. 그래서 각 마을에서는 다투어 가며 불의 크기를 크게 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는 불 싸움에서 이기면 이긴 편의 쥐가 진편으로 몽땅 쫓겨 가게 되어 이긴 편 마을에서는 농작물에 해를 입지 않아 그 해 풍년이 든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최근 전국에서 ‘달집태우기’를 비롯한 각종 문화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이는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세시풍속의 맥을 잇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정월 대보름 불골(佛谷) 마을의 소금단지 묻기와 달집태우기, 횃불싸움 등은 이 마을만의 특색 있는 풍속으로, 우리가 앞으로 재정리해야할 소중한 향토 문화유산이 아닌가 싶다. /정재술 순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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