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東北) 간방(艮方)-특별한 방향
북삼읍 오평1리 간다리(艮橋)에는 마을 뒷산에서부터 그 마을 동쪽으로 흐르는 개울이 하나 있다. 이 개울에 다리가 놓여있는데, 그 다리를 간다리라 한다. 그것은 다리의 위치가 마을을 중심으로 볼 때, 동북 간방(艮方)에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마을 이름 또한 그 다리 이름을 따서 간다리(艮橋)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만약에 간다리의 위치가 간방(艮方)이 아니고 다른 방향이었다고 해도 그 방향을 뜻하는 글자를 그대로 넣어서 특별한 의미 부여를 했을까? 예컨대 북쪽이라면 감(坎)다리, 남쪽이라면 이(離)다리, 서쪽이라면 태(兌)다리 서남이라면 곤(坤)다리 등으로 말이다. 아마도 그렇게 부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동북 간방(艮方)이란 본래 주역(周易)에서 나온 말이다. 주역의 문왕(文王) 팔괘도(八卦圖)에 의하면, 북쪽은 감방(坎方)으로 물을 나타내고, 남쪽은 이방(離方)으로 불, 동쪽은 진방(震方)으로 우뢰, 서쪽은 태방(兌方)으로 못, 동북은 간방(艮方)으로 산, 동남은 손방(巽方)으로 바람, 서남은 곤방(坤方)으로 땅, 서북은 건방(乾方)으로 하늘을 나타낸다.
이 팔괘도는 곧 생명의 순환원리라 할 수 있다. 즉 감(坎)에서 속 깊은 곳에 있던 씨앗이 간(艮)에서는 새싹이 터기 시작한다. 그 싹이 진(震)에서는 땅 밖으로 나와서 어느 정도 자란다. 그렇게 자란 싹이 손(巽)에서는 잎과 가지가 무수하게 퍼져 나가고, 이(離)에 이르러서는 양(陽)의 기운이 극치에 이른다. 이 극양의 상태에서 음(陰)의 기운이 싹트고, 이 음(陰)의 기운이 곤(坤)에서 강하게 일어나, 활활 타오르는 이괘(離卦)의 불을 수렴한다.
그래서 태(兌)에 이르러서는 그 음(陰)의 기운이 양(陽)의 물질을 거두어 열매를 맺게 된다. 이후 양(陽)의 기운이 가득한 건(乾)의 상태가 되는데, 이 건(乾)의 양(陽) 기운이 다시 새로운 싹의 발아 작용을 도와주게 된다.
이를 통해 볼 때, 간(艮)은 새로운 씨앗이 싹을 내기 직전의 모습이다. 즉 봄의 목기(木氣)가 터지기 바로 직전의 상황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공자(孔子)도 주역 계사전에서 괘상을 풀이 할 때 “간(艮)은 동북방을 가리키는 괘이니, 만물의 끝과 시작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하였던 것이다.
그러면 주역에서 말하는 동북 간방(艮方)은 어느 곳인가. 주역(周易)은 주(周)나라 때의 역서(易書)이니, 당시 주나라의 수도 낙양(洛陽)을 중심으로 방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그 동북 간방(艮方)의 위치에 있다. 이것은 결국 우리나라에서 인류 문명의 새로운 싹이 튼다는 말이다. 때문에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이 동북 간방(艮方)을 다른 어느 방향보다 더욱 특별하게 생각해 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