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의 지조를 닮은 군자가 아니던가
봉산리 한 쪽에 방하(芳荷)라는 마을이 있다. 이 마을 이름 방하(芳荷)는 무슨 뜻을 지니고 있을까? 방하(芳荷)는 향기로운 연꽃을 뜻한다. 그런데 이 말은 단순히 한자 뜻만으로는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말이다. 그래서 이 말의 출처인 주돈이의 애연설(愛蓮說)에서 그 참다운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주돈이는 평생 연꽃과 산수를 사랑했던 사람이다. 그는 집 앞에 연못을 파고 연꽃을 심었으며, 서재를 애련당(愛蓮堂)으로 명명할 정도로 연꽃을 사랑했다. 그리고 47세에‘애연설(愛蓮說)’을 지었는데, 이 수필에서 그가 묘사한 연꽃의 아름다움은 시대를 내려오면서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주돈이는 애연설(愛蓮說)에서, 연꽃이 진흙 속에서 나와 꽃을 피우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것은, 마치 혼탁한 세상에 태어나 더러워지지 않는 것과 같다. 또 맑은 잔물결에 씻기면서도 요망스럽게 흔들리지 않는 것은 감언이설(甘言利說)이나 공명지설(功名之說)의 유혹에도 동요되지 않는 것이요. 속이 빈 것은 도(道)를 통한 것 같고, 밖으로 곧은 것은 언행이 정직한 것과 같고. 어지러이 덩굴지지 않는 것은 남에게 의지하든가 남을 모략해서 감아 넘어뜨리는 짓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언제 보아도 그 모습은 물 위에 깨끗하게 서 있는 것과 같으니, 이는 위엄 있는 군자를 우러러보듯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가까이 접근하여 희롱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주돈이는 애연설(愛蓮說)에서 연꽃이 지닌 그 고귀한 기질과 풍모에 대한 묘사와 찬미를 통해, 부귀와 공명을 추구하는 세속의 무리들을 빗대어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군자를 칭송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연꽃에 자신을 비유하며, 자신은 결코 저열한 무리들과 어울리지 않을 것이며, 세도가들에게 아첨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이러한 주돈이의 성품과 삶에 대해 황정견(黃庭堅)은, “주돈이는 인품이 매우 고결하고 마음이 깨끗하여 광풍제월(光風霽月)과 같다.”고 했다. 이 ‘광풍제월(光風霽月)이란 말은, 글자 그대로 비가 갠 뒤의 바람과 달처럼 명쾌하고 집착이 없으며, 마음이 시원하고 깨끗하다는 말이다.
이후 조선시대 많은 선비들은 이 연꽃을 군자의 기상을 지닌 꽃으로 비유하고 노래했으며, 그와 같은 품격과 지조 있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 이를 통해 생각해 볼 때, 이 마을 이름 방하(芳荷)는 연꽃의 향기가 멀수록 더욱 맑듯이, 오래도록 덕행을 쌓아 군자의 덕이 날이 갈수록 멀리 퍼져나가기를 바랐던, 당시 선비들의 정서가 투영되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재술 순심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