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결제-전화미납 요금 요구부터
"아들 납치, 돈 보내라" 협박까지
불특정 다수인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돈을 갈취하려는 `보이스 피싱(전화금융사기)`이 들끓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왜관읍 왜관리 이모(46·회사원) 씨는 "최근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를 받으니 B은행 신용카드가 80만원 연체됐으니 상담을 원하면 9번을 누르라는 멘트가 나왔으나 이상하게 여겨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며칠후 KT의 미납된 전화요금을 입금하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왜관에 사는 박모(42·학원강사) 씨는 집 전화 통화에서 "H카드로 서울 모백화점 전자제품 480만원어치를 결제해 줘 감사드린다. 상담원과 연결을 원하면 9번을 누르라"는 멘트가 나왔지만 서울 백화점에 간적이 없는 박씨는 황당해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그러나 박씨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명의를 도용, 카드를 불법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나 하는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발신자 전화번호는 00500으로 표시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발신자 전화 앞번호가 050이나 080, 086 등으로 시작되거나 아예 전화번호가 뜨지 않을 경우에는 `보이스 피싱`으로 간주하고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조선족이나 중국동포로서 한국어 발음이 서툴거나 통화상태가 울리는 등 좋지 않으면 일단 의심을 갖고 통화를 해야 한다.
전화사기범들은 이같은 수법이 먹혀 들어가지 않자 갈수록 지능적인 방법으로 사기를 치고 있다. 자녀를 납치했다는 협박전화를 걸어 돈을 송금하라고 하는 사기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대구에 사는 주부 지모씨는 확인전화를 못하도록 집전화와 자신의 휴대폰으로 동시에 전화를 걸어와 초등학생인 당신의 아들 ○○○를 납치해 데리고 있으니 돈을 보내라는 협박을 받은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마침 자신의 집을 방문한 친구의 휴대전화로 학원에 있는 아들과 통화를 한 후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특정인의 집전화-휴대폰번호, 아들 이름 등 상세한 정보까지 파악한 상태에서 동시에 전화를 거는 치밀한 수법이 다음에는 어떤 식으로 지능화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