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면에서 서쪽으로 약 1km 지점에 작은 마을(송산2리)이 하나 있다. 이 마을을 사람들은 흔히 대추동이라 부른다. 그것은 옛날 이 마을 동편에 대추나무가 유달리 많았기 때문이다. 대추나무는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인데, 그 생리적 특성이 묘(妙)한 나무이다. 우선 이 나무는 봄이 와도 봄을 모른다. 그만큼 계절 감각이 없다. 봄이 되어 다른 많은 나무들이 앞 다투어 꽃과 잎을 피우는데도 이 나무는 죽은 듯이 기다리고 있다가, 늦봄이나 초여름이 다 되어서야 비로소 잎이 나고 뒤늦게 꽃을 피운다. 그래서 성급한 사람은 대추나무의 이러한 생리를 잘 모르고, 한번쯤 톱이나 도끼 등을 들고 이 대추나무 밑을 서성거려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대추나무의 또 다른 생리적 특성은, 이 나무는 꽃 하나가 피면 반드시 열매 하나를 맺고서야 떨어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비바람이 치고 폭풍이 불어도 그냥 꽃으로 피었다가 꽃으로만 지는 법은 없다. 이는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자식을 낳고서 가야 된다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대추나무는 한 나무에 열매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달린다. 대추가 익을 때 쯤 해서 대추나무를 한 번 쳐다보라. 전신에 주렁주렁 드리운 다갈색의 대추알들이 금방이라도 자신의 이마 위에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착각에 휩싸일 것이다. 이것을 사람에게로 옮겨 놓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는 곧 다산(多産)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겠다. 대추의 이러한 상징성 때문에, 시부모된 사람들이 막 혼례를 올린 신부가 폐백을 드릴 때, 이 대추를 한 움큼씩 새 며느리의 치마폭에 던져 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들 딸 구별 말고 대추처럼 많이 낳아 모두 튼튼하게 길러 내며, 대추나무처럼 단단하게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이를 극복하며 대대로 가계(家系)를 이어 가라는 뜻이 숨어 있다. 대추나무는 계절 밖에 사는 나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나무는 오래오래 참고 견딜 줄 아는 인고(忍苦)의 나무이다. 그런 인고의 끝에 맺히는 열매이기 때문일까? 대추는 백가지로 우리 몸에 이롭다고 한다. 예로부터 대추를 백익홍(百益紅)라 한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 하는 말이다. 옛 기록에 의하면, 신선들도 이 대추를 먹고 옥천의 물을 마셨다고 한다. 대추를 먹으면 쇠약한 내장의 기능이 회복되고, 전신이 튼튼해지며, 마음이 가라앉고 잠이 잘 온다고 한다. 그러니 이만한 덕을 지닌 나무를 어디서 쉽게 찾아 볼 수 있겠는가? 한 그루 쯤 뜰 안에 심어 두고 싶은 그런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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