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은 삶의 터전으로서 사회, 문화, 경제적으로 많은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재래시장이 위기에 처했다", "지금의 50대, 60대가 세상을 떠나면 재래시장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까"라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1996년 한 해 50조원에 달했던 재래시장 매출액이 2006년에는 32조원까지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대로 간다면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 정부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7,136억원이나 시장 환경개선 및 시설현대화에 쏟아 부었다. 지역경제 및 서민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재래시장의 심각성을 정부에서 인식한 결과로 보인다. 오늘날 재래시장이 어렵게 된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소비자들이 다른 유통기관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럼 왜 소비자들이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을까. 이에 대해 사람들은 상인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모른다", "손님을 기다려왔지 불러들이지 못했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이는 상인들이 고객 욕구 파악, 홍보, 상품화 등의 마케팅 노력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상인들이 시장 이용객 감소 등의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 또한 이유가 된다. 이처럼 시장활성화 사업은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을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져 있다. 즉, 시장활성화 문제는 그 특성상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시장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상인과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재래시장 활성화에 있어 상인의 역할(방안)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인들이 소비자의 지지와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상인의 의식과 마인드가 재래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고, 또 상인이 변하지 않는 한 어떠한 시장 활성화 노력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소비자 기호 및 욕구를 정기적으로 파악하고 그 결과에 의해 점포 및 시장 경영을 해야한다. 소비자들이 시장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를 상인이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소비자 조사에 입각한 경영으로 소비자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의정부 제일시장이나 일본 고후쿠마치 상점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시장활성화는 상인회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이루어질 수 있다’는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 대구의 서남시장-동구시장과 경북의 영천시장이 상인 단합을 통해 시장활성화를 이룬 모범 사례라 하겠다. 한편,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현실적으로 재래시장 활성화에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필자가 200여개 국내외 시장을 돌아보고 확인한 사실이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다운 시장은 전체의 30% 정도에 불과했는데 그 대부분이 시장(市長)이나 군수로부터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시장이었다. 즉, 경북의 안동신시장과 전남 장흥시장에서 보듯이 시청이나 군청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주면, 시장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지역사회와 연계한 시장활성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지역민을 위한 요리교실을 운영해 시장이미지 개선과 단골고객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바 있는 스페인의 ‘보케리아 시장’을 거울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유통기관들이 갖지 못하는 특성 즉, 상대적 우위성을 찾아내어 이를 시장 차별화 및 경쟁 우위 요인으로 삼아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별성, 우위성이 없는 시장을 꼭 찾아가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 예로 다양한 고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시장의 문화 공간화(전략)를 들 수 있겠다. 요컨대 앞으로 재래시장은 지역 특성이나 시장 여건에 맞게 전문화, 특성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더욱이 우리 재래시장에는 "살거리는 있어도 볼거리가 없다", "볼거리가 없고 볼 일(?)마저 볼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실 현대화 사업이 완료된 시장에는 볼거리, 즐길거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또 일부시장에는 화장실마저 없는 실정이다. 여기서 시설 현대화 사업을 앞둔 시장에 대해 지역 특성에 맞춰 ‘나비 모양’의 시장건물을 건립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 전남 함평시장을 둘러볼 것을 권하고 싶다. 또한 시장 업무 담당자의 적극적인 자세도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시장업무 담당자에 대해 일정 근무기간을 보장하여야 함은 물론 시장 발전 기여도에 따라 보상도 해야할 것이다. 한편 대구-경북지역의 289개 시장에는 3만428개의 점포들이 있으며, 또 3만9,960명의 상인들이 살아가고 있다. 2002년 이후 지금까지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에 투입된 국비 지원액만 6,564억원이나 되는데 그 중 대구지역에 367억원, 경북지역에 573억원이 투입되었다. 이러한 지원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재래시장으로 돌리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그리고 우리지역에는 국내-외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소위 `스타시장`, `명품시장`의 탄생은 기대할 수 없을까? 상인의 의식 변화와 지방자치단체장의 노력만이 오늘의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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