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전문성-학부모 신뢰도 높여 학생들 긍정적
"객관적 평가기준 마련, 실효성 있게 운영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원정책평가단은 지난 2003년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재가 교직을 희망하고 이직률도 높지 않아 전반적인 여건은 양호한 반면, 교사의 질을 확보할 수 있는 촉진제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평가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교육경쟁력 확보를 위해 교원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교육현장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 순심중학교는 2007년 2월에 칠곡교육청의 추천을 받아 교원능력개발평가(이하 교원평가) 선도학교 공모에 응모, 경상북도교육청 지정 시범학교로 선정됐다.
순심중학교(교장 함정호)는 공정한 교원평가를 위해 교원,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교원평가관리위원회를 설치했고, 교원연수와 교육혁신선진학교 방문을 통해 교원평가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을 높이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동안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로 여러 차례의 관리위원회와 교원연수 및 학부모 연수를 실시했으며, 전문가를 초빙한 교원평가 컨설팅도 두 차례 실시해 1차 평가를 무난히 마쳤다고 밝혔다.
◈교원평가의 주요내용
교장-교감 등 관리자에 대해서는 교장, 교감, 교사, 학부모가 참여한 학교경영능력 및 학교교육지원활동에 대한 평가지표 설문조사를 실시, 교육청 교원능력개발평가위원회가 평가 결과를 취합-정리하고, 자기능력개발계획서를 제출받아 최종 평가결과서를 작성하게 된다.
교사는 교장, 교감, 동료교사, 학부모, 학생이 참여해 학기당 1회 이상 실시하는 공개수업을 중심으로 교사의 교수-학습 능력 및 학생의 학교생활에 대해 평소 관찰한 내용을 토대로 하는 만족도 설문조사로 평가를 받는다. 동료교사 평가는 초등학교의 경우 같은 학년 교사가, 중-고교는 같은 교과 교사가 참여해 수업계획, 수업실행, 평가 등 3개 분야를 평가한다. 학부모 참여자는 학생의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로 하고 평가 참여 학부모나 학생 규모는 평가위원회가 결정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평가자료는 평가관리자가 수합, 제출된 평가표 및 자료를 평가 대상자별로 분류하고 종합·정리한 결과를 평가 대상 교원에게 능력개발 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한다. 이 과정에서 평가자의 인적사항이 노출될 수 있는 평가결과는 자료화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통보방법은 교원평가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하므로 평가자와 대상자의 인적 사항이 담긴 정보 등은 공개되지 않는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러한 평가 결과를 인사나 보수 결정 등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으며, 교사 자신이 학생 지도에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기 위한 능력개발 자료로만 활용할 수 있도록 본인에게만 통보하기로 했다.
◈평가결과의 활용방안
첫째, 교원평가의 최종 결과물은 평가대상자에게 전달, 자기평가를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즉, 평가 대상자의 수업 개선이나 직무 수행능력 개선 진단에 이용되는 것이다.
둘째, 교사는 능력개발 계획을 수립·실천하는데 활용하고, 교장-교감은 자기점검 및 자기개선 계획 수립에 활용하며, 이듬해 교원평가가 보다 합목적적이고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한 자료로도 활용한다.
셋째, 교원이 자기평가를 통해 발전방안을 찾고, 자발적으로 능력계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교원이 연수 등 자기계발에 필요한 사항을 요구하는 경우 해당학교와 교육청에서는 가능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게 된다.
넷째, 교육청에서는 능력계발을 희망하는 교원이 적절한 연수를 통해 실질적으로 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수과정을 개설-운영한다.
순심중학교는 이러한 교원평가 시행 계획을 바탕으로 지난 5월28일부터 1차 공개수업 및 동료평가를 실시했고,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 설문조사는 지난 6월11일부터 전수조사를 통해 가정통신으로 실시했다. 공정성과 익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OMR 카드 전산 통계로 처리, 평가결과를 전체 교원에게 개별 통보한데 이어 교사에게 자기능력계발 계획서를 제출받아 1차 종합보고서를 작성, 지난 6월13일 칠곡교육청에 제출했다.
◈학생들의 응답결과
교원평가에 대한 학생들의 응답결과를 보면 매우만족이 22.9%, 만족 28%, 보통 30.6%, 불만족 11.5%, 매우 불만족 7% 등 순으로 나타났다.
자유반응식 응답에서는 가장 많은 학생들이 `우리에게 흥미롭고, 즐겁고, 필요한 이야기를 해 주신다`라고 답했고, 다음이 `수업준비를 아주 많이 하시는 것 같다`가, 세번째가 `너무 세게 때리지 말아 주세요`가, 네번째가 `수업하실 때 새로운 단어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등 순으로 응답했다.
이를 전반적으로 분석해 보면 교사는 열심히 가르치시지만 학생의 입장에서는 재미있는 공부가 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학생들은 교사가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주기를 원하고, 수업 진도는 천천히 나가고, 내용은 적은 분량이 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교원평가로 기대되는 것
첫째, 단위학교 중심의 평가체제 구축으로 자율책임 경영제의 기초가 마련되고, 학교교육의 질 향상으로 교육수요자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며, 협동적인 교육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고 순심중학교는 밝혔다.
둘째, 교장은 학교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자료원을 확보해 민주적인 학교운영이 가능하고, 교육활동 지원 능력 등 전문적인 직무수행능력을 높일 수 있으며, 학교 교육전문가로서 자질향상 및 교육 지도성을 함양할 수 있다.
셋째, 교감은 중간관리자로서의 능력은 물론 전문적인 직무수행능력을 키울 수 있다. 넷째, 교사는 교과에 대한 전문성 제고와 수업 능력 향상으로 교육활동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서로간 의사소통과 동료장학 활성화로 자발적 능력계발 분위기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다섯째, 학부모는 학교 교육활동에 대한 참여를 통해 교육 공동체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확보하고, 학교수업 등 공교육에 대한 이해와 신뢰도가 높아지며, 학교와 교원과의 상호 이해와 유대가 강화될 수 있다. 여섯째, 학생은 교육활동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학교에 건의할 수 있는 채널이 열려 학습의 폭과 교육을 받을 권리가 증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교원평가는 오늘날 지식정보화사회에서 질 높은 인적 자원을 확보-양성하고 교육경쟁력을 높이는데 필요하다고 학교측은 지적했다. 교육의 본질과 핵심은 학생들의 학력신장이다. 이는 학습자의 특성과 교사의 수업방법에 달려있다. 여기서 학력이란 교과지식이나 내용을 이해하고 그것을 응용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사고력,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 등을 포함하고 있다.
나아가 학력은 학업의 성취동기, 지적 호기심, 자기관리 능력까지라고 이해할 때, 학력신장을 위한 교사의 수업방법과 수업에서의 교사의 역할은 단순히 교과지식의 전달 위주의 수업에서 탈피해 학생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이들의 창의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도우미 역할도 강조된다.
순심중 김동조 교감은 수동적인 참여가 아닌 교사와 친구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자기주도적 학습에 임할 수 있도록 교수(가르침)-학습 방법이 변화돼야 한다고 순심중 관계자는 강조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교육과정이 교수(Teaching)중심에서 학습(Learning)중심으로 변화될 때 교육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측은 효율적인 교수-학습방법 개선을 통한 교과 학습 지도력과 교육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원평가를 통해 스스로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현행 근무평정제도는 점수에 의한 승진제도를 축으로 하는 인사관리형 평가이다. 승진과 거리가 먼 교사는 별 관심도 없고 관리자는 이러한 교사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한 학교장이 객관적 기준 없이 승진을 목전에 둔 교사에게 후한 점수나 교육 연수기회를 주는 등 공정성이 결여될 수 있고, 교사간에도 불만이 크지만 정작 능력계발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반면 학부모는 학교 교육, 그 중에서도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교사의 자질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평가와 정보공개를 통해 능력을 평가받는 현실에서 교직사회만 예외일 수 없다는 분위기도 교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교원능력개발평가로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고 지금까지 평가를 받지 않던 교장도 평가를 받는 것이다. 이제는 교장-교감-교사 모두가 자기 평가와 타인 평가를 합쳐 능력을 평가받아 전문성 신장을 위한 자기계발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원평가제를 1차로 2005년 11월에 48개교, 2차로 2006년 3월 67개교를 각각 시범운영했다. 그 결과를 2006년 3월과 9월에 발표했고, 이를 바탕으로 3차로 2007년 4월 506개교를 시범운영하고 있으며, 오는 2008학년도부터는 전국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교육 당국은 교원평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금까지 3차에 걸친 단계적 시범 운영 평가를 통해 발생한 문제점을 보완-개선해 가고 있다. 교사들은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수업개선 계획을 마련하고 있어 교수방법 변화에 따른 교사들의 전문성과 학생들의 학습능력 신장이 크게 기대된다.
하지만 2008학년도부터 전국 초·중·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전면 시행할 예정인 교원평가제가 시범운영 단계부터 교사들의 `끼리끼리 봐주기`, `평점 퍼주기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보다 실효성 있는 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교육부가 전교조 등의 반발에 부딪쳐 평가 결과를 교사들의 자기계발 참고자료로만 제공키로 한 것은 `유명무실한 교원평가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교육당국이 보다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하거나 문제점을 손질해 당초 계획대로 그 결과를 인사·승급 등에 반영, 평가다운 평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