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 북삼읍 율리(栗里) 율리(栗里)는 한자 표기를 그대로 풀어보면 ‘밤골’이 된다. 때문에 율리의 유래를 말하는 사람 중에, “들판에 밤나무가 길게 심어져 있어서 또는 마을 주변에 밤나무가 많아서 ‘밤골’ 혹은 ‘밤이’· ‘뱀이’· ‘배미’라 불렀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물론 한자로 밤 율(栗)자를 사용해 마을 이름을 율리(栗里)라 했으니, 그리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율리(栗里)는 ‘배미’를 밤(栗)으로 잘못 해석해서 사용한 명칭이다. 즉 발음의 부정확과 음운의 변천으로 말미암아 ‘배미(논배미)’에서→‘뱀이’→‘바미’→‘밤이’→‘밤’으로 바뀐 것이다. 이것을 한자로 밤 율(栗)자를 사용해 율리(栗里)라 표기했기 때문에, 본래의 의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엉뚱한 이름이 되고 말았다. ‘배미’는 본래 논뙈기를 가리키는 우리말로써 ‘논배미’의 준말이다. 이 ‘배미’는 일반적으로 홀로 쓰이는 말은 아니고 큰 배미, 작은 배미, 삿갓배미, 장구배미, 안 배미, 들 배미 등과 같이 앞에 논의 크기나 모양, 장소 등을 나타내는 단위가 붙어서 함께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율리는 북으로 인평평야를 접하면서 넓은 들판에 형성된 마을이다. 이 지역이 벼농사 중심 지역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지금도 마을 사람들은 율리의 내율(內栗)과 외율(外栗)에 대해서, 우리말로 ‘안배미’ ‘바깥배미’ 혹은 ‘들배미’라고 흔히 부르고 있다. 마을 안쪽에 있기 때문에 ‘안배미’라 했으며, 마을 바깥 들판에 있다고 해서 ‘바깥배미’ 혹은 ‘들배미’라고 불렀던 것이다. 우리의 논배미 문화에는 공동체 의식과 더불어 농민들의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한자로 화목할 ‘화(和)’는 벼(禾)를 수확하여 함께 나누어 먹는(口)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곧 밥상공동체’라는 말이다. ‘이 논배미 얼른 매고/저 논배미로 건너가세./잘하고 자로 하네.’(논매기 노래) ‘저 건너 저 논밭은 작년에도 묵더니/올해도 날과 같이도 또 한 해 묵네’(정선아리랑) 등의 농요(農謠)나 그 외 우리의 농악, 탈놀이, 줄다리기, 고시레 풍속도 결국 이 밥상공동체적 농경생활의 산물이다. 지금도 우리의 논은 학술연구나 자연학습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논의 생태계를 바탕으로 자연을 연구하고, 학생들은 논에 살고 있는 다양한 동식물을 관찰하며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논이 있던 자리에 아파트를 비롯한 시멘트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참으로 삭막한 모습이 아닌가? 논이 있던 자리에 설사 공원이 들어선다고 해도 전원이 주는 그 아름다움이나 풍요로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논농사와 함께 우리의 고유하고 아름다운 경관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정재술 순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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