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自省)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의 태도나 행동을 스스로 반성함’이다. 언뜻 어느 누구라도 스스로 반성하지 못하겠느냐고 하지만 사실 이것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공자는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 지 말라)’라는 말로 자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람으로서 잘못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은 더 큰 허물이라는 것이 공자의 가르침이다. 잘못이 있는데 고치기를 주저하면 같은 잘못을 다시 범할 위험이 있고 잘못은 또 다른 잘못을 낳을 수 있으므로 잘못을 고치는데 꺼리지 말고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도록 즉시 고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공무원이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볼 때 때로는 큰일을 하는 사람으로 또 때로는 무사안일하게 살아가는 사람으로 폄하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참 다양한 행동강령이며 복무지침이며 그 규제조항도 많다. 그러나 종이에 쓰여진 그 많은 내용은 역시 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개개인의 인성과 양심과 사명감을 믿어야 한다. 그 어느 공무원이든 그를 통해 전 공무원이 모두 존경받을 수도 있고 또 차가운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음을 모두 되새겨야 할 일이다. 변화와 관행은 작용과 반작용이다. 정(靜)과 동(動)의 차이다. 변화가 현재진행형이면서 미래지향적이라면 관행은 과거형이다. 과거의 것으로 현재와 미래를 대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관행은 종종 미래로 나아가는 데 있어 최대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특히 불합리, 부조리, 비효율의 요소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남겨진다면 조직의 미래는 없다. 최근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공공기관 감사들의 남미 외유성 세미나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다지 큰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던 이 같은 관행은 이제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잣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공정한 룰’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급속히 나아가고 있는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 결과다. 요즘 지역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퇴직예정 군청 공무원의 부부동반 해외연수도 사실상 동유럽 관광(견학)이라는 지적이 많아 관계자들은 자성해야 할 것이다. 으레 그러려니 하는 관행으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그렇다고 이 모든 사태가 퇴직공무원의 문제로 빚어진 일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칠곡군공무원은 물론 지역사회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여줬던 소홀한 감시와 견제, 낮은 관심 등은 지적받을 만하다. 물론 지금은 개인의 문제든, 조직의 문제든 잘못된 부분에 대한 시시비비(是是非非)는 냉혹하게 가릴 시점이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비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스스로의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것만이 칠곡군청 공무원의 명예도 살리고 지역사회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이다. 시대가 변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대정신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읽어내지 못하고 과거에 집착한다면 자칫 미래를 얻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법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비효율적인 관행이 남아있다면 스스로 과감히 청산하는 노력이 칠곡군 구성원 모두에게 필요한 이유다. 지역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의 저항시인이자 음유시인인 볼프비어만의 ‘변하는 것이 지조를 지키는 것이다’라는 시구를 가슴깊이 음미해 볼 때다. /우태주 리포터 woopo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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