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5일 주민소환법이 발효돼 7월1일부터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대상으로 한 주민소환제가 시행, 지역에서도 누가 `주민소환대상 1호`가 될 지 주목된다.
주민소환(recall)제란 지방자치단체의 선출직 공무원이 비리 등을 저지를 경우 임기 중이라도 주민투표로 해당 공직자를 직접 해임할 수 있는 제도다. 조례제정 개편청구, 주민감사 청구, 주민투표에 이어 주민소환제까지 시행되어 지금까지는 제도적인 장치가 없어서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비리나 부패를 주민들이 직접 제재할 방법이 없었으나 이 제도의 시행으로 주민들이 임기에 상관없이 직접 퇴출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법안은 지방자치단체의 부정비리가 이슈화되면서 시급한 도입이 요구됐음에도 한나라당의 반대 속에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었으나 결국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주민소환제가 국회를 통과해 지방선거에서 선출되는 지방권력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소환이 가능해졌다. 최우선적으로 국회의원들이 먼저 소환제가 시행되어야 마땅하나 몸통인 국회의원을 소환하는 법안이 빠져 있어 매우 아쉽다.
법안에 따르면 주민소환 대상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비례대표 제외)이며 광역자치단체장(광역시장-도지사)는 유권자 10% 이상, 기초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은 유권자 15% 이상, 지방의원(도-군의원)은 유권자 20% 이상의 찬성으로 주민소환 투표를 청구할 수 있고 유권자 3분의1 이상이 투표, 과반수가 찬성하면 즉시 물러나야 한다. 그동안 민선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선거법 위반, 개인비리 같은 명백한 범죄행위로 사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 한 임기를 보장받았다. 때문에 ‘철밥통 임기’를 믿고 정실인사, 각종 이권개입, 부당한 예산집행 등을 교묘하게 저질러도 주민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설사 중대한 비리가 고발돼도 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을 때까지는 그 직위가 유지되다보니 자치단체장이 옥중에서 업무를 계속해 `옥중 행정`이란 희한한 말도 나왔다. 또 견제세력으로 지방의회가 있다고는 하지만 당리당략과 서로의 이해관계로 물고 물리는‘악어와 악어새’처럼 돼버려 견제기능을 기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칠곡 지역은 국회의원, 군수, 군의회 의장, 군의원들이 한나라당 일색인 탓인지 지역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목소리와 지역의 문제점을 여과없이 보도하는 지역언론을 도외시하는 현실이다.
이제 주민소환제를 계기로 이러한 일들은 많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고, 주민들의 입장에서도 권리를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단체장이나 의원들의 생각은 어떠한 지는 잘 모르겠다. 모르긴 몰라도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누가 자신들을 감시하고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서 소환하겠다는 데 반가워할 사람이 있겠는가? 무엇보다 주민소환제가 효과를 거두는 데는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불가결하다. 게다가 지역 언론의 힘과 합쳐진다면 시너지 효과가 매우 커질 것이 분명해졌다.
현재 칠곡군에는 이 제도의 발효와 관련해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으나 최근 남미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서울지역 구청장 7명에 대해 시민단체가 주민감사 청구는 물론 주민소환까지 검토 중에 있으며, 전남 순천에서는 유럽 4개국으로 `외유성 연수`를 다녀온 순천시 의원들을 상대로 시민단체가 주민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주민소환제에 거는 기대는 상당히 크다. 주민의 견제와 감시가 철저해져 지역행정의 투명성과 책임감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지방자치가 주민복지에 더 기여한다면 이 법 제정의 취지가 살아나는 셈이다. 그러나 좋은 제도도 운용을 잘못하면 독(毒)이 될 수밖에 없다. 인기에 영합한 선심성 행정을 조장할 것이라는 부작용에 대한 염려도 크다. 주민소환제가 이런 식으로 이용된다면 지역사회 장래를 내다본 소신있는 행정은 자리를 잡기 어렵고 남발될 경우 지방행정이 흔들릴 것이 뻔하다.
주민소환이 진행되는 동안 지방행정이 마비되고, 잦은 재-보궐 선거는 혼란과 낭비를 가져올 것이다. 정당이 기초자치단체장, 기초의원까지 후보를 추천하고 있어 주민소환제가 정당간 정치투쟁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 이를 위해서도 가뜩이나 비리 온상으로 지목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마땅하다. 더구나 잘못 뽑아놓고 소환을 하는 일보다는 잘 뽑아놓고 권한의 위임을 연장시켜주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소환’자체가 ‘잘못된 선출’을 의미하기 때문이란 점에서 이 제도에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 제도가 만들어진 진정한 뜻은 국민도 깨어있어야 하지만, 선출직 공직자가 보다 투명하게, 그리고 사심없이 공익을 위해 일해주기를 염원해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이다. /우태주 리포터 woopo20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