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베트남 사망 당시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 대한 평가만큼 극단적으로 갈린 예는 찾기 힘들다."민주공화국을 이끈 거인, 한국 정치의 거목, 좌파의 시스템 설계자, 영원한 당 대표, 진지전(陣地戰)의 대가, 송곳 국무총리, 정권 재창출의 기틀, 원칙의 정치가, 시대의 해결사, 민주주의의 보루" 등은 그를 향한 칭송이다.반면 "해골, 오만의 상징, 상왕 정치, 갈라치기의 대가, 선민의식의 화신, 카르텔의 정점, 불통의 아이콘, 20년 집권론의 망령, 냉혈한 전략가이자 독설가, 좌파 기득권의 수장, 의회 민주주의의 독재자" 등은 그를 깎아내리는 수식어다.좌파는 지도자의 마지막이 마침표가 아닌 하나의 씨앗이 되어, 남은 이들의 가슴속에서 더 큰 울림으로 다시 피어나게 하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를 둘러싼 평가에서도 확인되듯이 그의 정치적 공과를 둘러싼 논쟁은 빠르게 상징화·영웅화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이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진영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 정치사회학에서 말하는 ‘퍼스널리티 컬트(personality cult)’와 맞닿아 있다. 이는 개인숭배로 특정 개인을 절대화·신격화해 우상처럼 숭배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특정 인물을 집단 정체성의 상징으로 끌어올리는 현상이다. 인물은 정책의 책임자가 아니라 운동의 화신이 되고, 생전의 논쟁적 행보는 사후에 ‘역사적 사명’으로 재구성된다.이러한 경향은 좌파 정치의 형성 과정과도 연결된다. 좌파는 오랫동안 사회운동과 이념 투쟁을 통해 성장해 왔고 그 과정에서 감정과 연대, 역사적 서사(敍事)가 중요한 정치 자원이 됐다. 지도자는 제도 운영자라기보다 운동의 얼굴이 되기 쉽고, 그의 퇴장이나 죽음은 곧 운동의 서사를 재편하는 사건이 된다. 이해찬에 대한 평가가 정책 실패나 권력 운용의 문제를 넘어 ‘역사 투쟁’, ‘체제 인식’의 문제로 확장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이해찬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평론들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지점은 그의 정치가 정책 경쟁보다 진영 논리와 역사 해석에 무게를 두었다는 점이다. 산업화와 대한민국 체제의 정당성보다는 식민지·분단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를 통해 언론·검찰·재벌을 구조적 적으로 규정하는 방식이다. 이 세계관은 개인의 퇴장 이후에도 조직과 담론, 네트워크로 남아 작동한다. 그래서 좌파 진영은 특정 인물이 사라져도 곧바로 공백을 메우고, 오히려 그 인물을 상징 자산으로 활용하는 데 능숙하다.그러나 우파 진영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 왔다. 반복되는 구속과 석방, 집행정지를 오갔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수난사와 헌정사상 첫 탄핵 이후 4년 9개월이라는 최장기 수감 기록을 남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는 우파 정치의 잔혹사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2025년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속수감되면서 현재까지 전 대통령 부부 동시 수감이라는 세계 유례없는 기록까지 더해졌다.이러한 우파 정치의 반복된 비극은 어떻게 봐야 할까? 우파 집권에는 성공했지만 퇴장 국면에서 정치적 안전지대를 확보하지 못했고, 지도자의 몰락은 곧 진영 전체의 위기로 이어졌다. 우파가 좌파처럼 지도자를 영웅화하지 않아서라기보다 애초에 지도자를 상징 자산으로 관리하고 보호하는 체계가 부재했기 때문이다.그러나 보수 정치의 철학은 전통적으로 제도와 질서, 규범을 중시한다. 개인의 카리스마보다 법과 시스템을 강조하는 태도는 원칙적으로는 건강하다. 그러나 한국 정치 현실에서 이는 ‘비영웅화’라기보다 ‘무방비’로 작동해 왔다. 좌파가 장기 전략과 분업 구조, 담론 축적을 통해 진영을 관리할 때 우파는 선거와 인물 중심의 단기 정치에 머물러 왔다. 그 결과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사법적·정치적 단절을 반복하며 스스로 붕괴하는 패턴을 되풀이했다.좌파가 이해찬 같은 인물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기술의 문제다. 인물을 신화화함으로써 진영의 서사(敍事)를 유지하고, 현재의 논쟁을 과거의 ‘정의로운 투쟁’으로 환원시키는 능력이다. 반대로 우파는 지도자의 공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했지만, 그 과정에서 진영을 방어할 상징과 서사를 축적하지 못했다. 극성을 떨지 않는다는 표현 뒤에는 사실상 전략의 부재가 자리를 잡고 있다.고(故) 이해찬 전 총리를 둘러싼 영웅화 논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는 한국 정치의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왜 한 진영은 인물의 죽음조차 자산으로 만들고, 다른 진영은 지도자의 퇴장을 곧 위기로 맞는지를 묻는 수준에 머물면 안된다. 우리나라 정치가 여기서 진일보하지 않는 한 좌파의 상징 정치는 반복될 것이고, 우파의 비극적 퇴장 역시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