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중산층 비중이 흔들리고 있다. 통계청의 중위소득 75~200% 기준에 따르면, 현재 중산층 비중은 약 58%~61% 사이로 집계되며 최근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숫자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계층 구조 자체가 기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현재 상류층(고소득층)과 하류층(저소득층)은 각각 20% 내외의 비중을 차지하며 양 끝단이 비대해지고 있다.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한다. 자산을 가진 상류층은 자산 가치 상승으로 더욱 공고해지는 반면, 고물가와 고금리에 직격탄을 맞은 중산층은 아래층으로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결국 과거처럼 노력을 통해 상위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던 `계층 이동의 사다리`마저 끊기면서 한 번 밀려나면 다시는 중산층으로 복귀하기 어려운 구조적 고착화가 심화되고 있다.연봉 5천만원을 받는 사람조차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 소득만으로는 더 이상 중산층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소득이 계층 상승의 기준이었지만 이제는 자산(資産)이 삶의 수준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은 멀어지고, 이자 부담에 저축은 막히며, 교육비와 노후 준비까지 버겁다면 그것을 중산층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숫자는 늘었지만, 삶의 기반은 오히려 흔들리고 있다.실제로 소득 지표는 꾸준히 상승해 왔다. 근로자 평균 임금은 4천만 원대 후반까지 올라섰고,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 역시 2015년 약 422만 원에서 2024년 약 570만 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겉으로 보면 분명 이전보다 나아진 모습이다.그러나 현실을 좌우하는 것은 소득이 아니라 자산이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 가격은 같은 기간 훨씬 가파르게 상승했다. 월급만으로는 이 격차를 따라잡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자산 양극화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2024년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상위 10%가 전체 자산의 60% 이상을 보유하고, 상위 20%가 80%를 차지하는 구조는 이른바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현상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하위 계층은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자산을 축적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OECD는 중산층을 중위소득의 75~200% 범위로 정의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기준이 체감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중위소득의 두 배 수준에 해당하는 소득을 올리고도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자산, 특히 주거비 부담 때문이다. 주택 가격 상승과 높은 대출 이자, 교육비 지출까지 더해지면서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도 생활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이 과정에서 체감 생활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주거비와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가계 지출에서 주거비 비중은 20%를 넘어섰고, 수도권에서는 30%에 육박하기도 한다. 소득이 늘어도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드는 ‘체감 빈곤’이 확산되는 이유다.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며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은 2026년 2월 경제전망에서 소비가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가계부채와 고물가, 자산 격차 등으로 회복 속도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민간소비 둔화가 단순한 경기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요인과 맞물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중산층 소비 회복 지연을 내수 침체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한다. 외식과 여가 등 서비스 소비 감소는 자영업과 지역 상권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며 경제의 기초 체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용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내수 부진이 지속될 경우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 증가세가 둔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 감소는 매출 감소로, 이는 투자와 고용 축소로 이어지고 결국 다시 소득 감소로 돌아오는 악순환을 만든다.문제의 본질은 소득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 단순한 임금 인상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주거 부담을 낮추고, 금융 비용을 완화하며, 근로소득만으로도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다시 작동할 수 있다.연봉 5천만 원 시대. 숫자는 올라갔지만 삶의 무게는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소득 증가가 아니라 그 소득으로 집 한 채 마련할 수 있고, 과도한 이자 부담 없이 저축을 이어가며, 자녀 교육과 노후 대비까지 가능하게 하는 구조다. 그래야만 월급이 생활비로 소진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산을 쌓는 기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