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있지만 제자는 없고, 교사는 있지만 스승은 없다." 이는 교권과 사도(師道)가 무너진 사제지간(師弟之間)의 현주소를 정확히 진단해 주는 말이다.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탄생 등으로 교사는 스스로 스승이기를 포기하고 노동자나 조합원으로 칭하고 있는 이 시대에 스승은 어디에 있고, 하늘 같은 스승의 가르침을 받들어 모시는 제자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조선 최고의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과 그의 가르침을 평생 실천하며 살다 간 단 한 명의 제자 `황상`이야말로 역사에 남을 사제(師弟)일 것이다. 황상은 다산의 유배지 전남 강진의 시골 아전의 아들로서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정약용의 `삼근계(三勤戒)`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며 평생 공부에만 몰두했다. 유배에서 풀려난 다산 선생이 한양으로 돌아간 뒤에도 스승의 가르침대로 공부를 놓지 않았다. 노년에도 `일속산방`(一粟山房·좁쌀 한 톨만한 작은 집)을 지어 계속 학문을 이어갔다. 황상은 다산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스승의 묘를 찾았다. 한겨울에 발을 싸매고 강진에서 남양주까지 천릿길을 오가며 지울 수 없는 스승의 그림자를 따랐다고 한다. 류원기 (주)한탑 회장은 북삼초등학교 김창상 은사를 살아계실 때나 돌아가신 후에도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제자 황상처럼 매년 스승의날을 맞아 교우들과 함께 스승의 묘소를 찾아 제자로서 도리를 다하고 있다. 류원기 회장은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부산에서 출발해 급우들과 함께 경북 성주군 선남면 남양공원묘원에 안치된 고 김창상 스승의 묘소를 참배했다. 류 회장은 "동곡(東谷) 김창상 선생님께서는 저에게만 특별하신 은사님이 아닐 것입니다. 선생님께 배운 모든 제자가 세상에서 제일 훌륭하신 스승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앞으로 움직일 수 있는 한 묘소를 찾아 뵙고 감사의 마음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3학년 때 집안이 너무 어려워 교과서 살 돈이 없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송충이 잡으면 상으로 줄 공책 15권을 모두 저에게 주셨고, 저는 그 노트에 교사용 교과서 모든 과목을 집으로 가져와 필사한 적이 있습니다"라며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 김창상 스승의 남다른 배려로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경북 칠곡군 북삼읍 율2리에서 출생한 류 회장은 이후 홀몸으로 고향을 떠나 밑바닥부터 출발해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굴지의 (주)한탑을 경영하는 성공한 기업인이 되기까지 김창상 스승의 은혜를 잊은 적이 없다고 한다. 류 회장은 평생 북삼초교 김창상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 기업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2010년부터 매년 3천만원의 와이남(YNAM) 장학금을 모교인 북삼초교에 기부해 왔다. 올해까지 모두 141명의 YNAM 장학생을 배출했고, 누적 장학금은 4억원에 달하고 있다. 류 회장은 "교장의 열정만큼 학교는 발전하고 교사의 사랑만큼 학생은 성장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자를 진정으로 위하는 스승은 먼저 제자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하고, 그 큰 사랑으로 가르침을 펼쳐야 하실 것입니다. 제자 또한 스승의 사랑에 감동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나오면 무너진 교권과 사도는 자연스레 회복될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태산같이 무거운 스승의 사랑/떠나면은 잊기 쉬운 스승의 은혜/어디 간들 언제인들 잊사오리까/마음을 길러주신 스승의 은혜/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스승의 은혜 2절 가사)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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