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 번의 추경이 편성되면서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채무’가 9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가채무 중 적자성 채무가 차지하는 비중도 70%를 넘어섰다.지난 30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에 따르면 2차 추경 편성으로 올해 국가채무는 1300조6000억원으로 증가한다. 이 가운데 적자성 채무는 1·2차 추경 편성으로 923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적자성 채무는 대응 자산이 없는 국고채 등으로 조세 등 일반재원으로 상환해야 한다.이를 무시하고 정부는 최근 `새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고 전 국민에게 민생지원금 15만~25만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기초생활수급자는 50만원,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은 40만원, 소득 상위 10%는 15만원을 각각 지급한다. 지역화폐도 6000억원 추가 지원한다. 할인율은 수도권 10%, 지역 13%로 차등 적용된다.또한 폐업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빚 탕감을 위해 143만명을 대상으로 1조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다고 밝혔다.지원금은 소상공인 가맹점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화폐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사용처에 제한을 둘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지급된 재난지원금처럼 유흥업 등 일부 업종과 대형마트에서의 사용을 제한해 재정이 골목 상권으로 흘러가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사용기간은 4개월 정도 제한할 것으로 예상돼 소비진작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지난해 하반기 자영업자 75%가 한 달에 100만원 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먹고 살기가 힘든 이들에게 이번 민생지원금은 당장에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마중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역화폐는 어항에 갇힌 물고기가 밖으로 나갈 수 없듯이 지역 내에서 돈이 돌고 도는 선순환(善循環)의 흐름을 만들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은 지역화폐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돈맥경화`라는 말이 있다. 돈맥경화는 기업이나 개인이 보유한 자금이 원활하게 순환되지 않아 경제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말한다. 지역소멸 문제도 결국 소비 주체들이 없어지고 돈이 안 돌기 때문에 생긴다. 지역 내에서 소상공인 중심으로 돈이 계속 순환할수록 지역경기는 활성화된다. 그럼에도 소비쿠폰 등이 돌 때만 잠시 지역경제가 활기를 띨 뿐 지역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이후 더 깊은 침체를 겪을까 걱정이다.문재인 정부 시절 코로나19 당시에도 긴급재난지원금 등으로 일시적 소비 증가가 있었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반짝 특수` 뒤에 매출 하락으로 이어져 식당 업주 등은 실망하기도 했다. 소비쿠폰은 단기 처방에 불과하고, 자생적 소비력을 키우지 못하면 오히려 지역 경제에 더 큰 왜곡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단기 부양책이 소비 진작에 기여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자생적 소비 여력을 강화하지 못하면 경기 회복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2023년 나랏빚이 1000조원을 넘어섰을 당시 이자만으로도 `1분당 1억씩 빚이 늘어나게 됐고`, `하루에 1440억씩 빚이 늘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그런데도 현 정부는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공정이 펜앤마이크 의뢰로 지난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해당 정책에 대해 반대한다는 응답은 55.5%, 찬성한다는 응답은 34.9%,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9.6%로 집계됐다.민생지원금 신청을 거부하거나 기부에 동참하는 움직임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청주시의회 의원 22명은 지난 2일 “정부로부터 받는 민생지원금 전액을 지역 내 취약계층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를 정확히 알고 있음에도 이재명 정부는 첫 번째 민생경제 정책으로 민생지원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며 “국가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이 국민을 또다시 현금으로 유혹하려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이어 "국민의 혈세는 정치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지키는 수단이어야 한다"며 "국가재정을 소모품처럼 낭비하는 선심성 대상으로 전락시켜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