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점프-해송 현애(懸崖)` 한 점 깃털이 되어 허공 속을 떠돌다가 치솟은 바위틈에 밀려 든 솔씨 하나 서릿발 등받이 삼아 웅크리고 잠이 든다 산까치 하품소리 따사로운 햇살 들어 밤이슬에 목을 축인 부엽토 후비작대며 아찔한 난간마루에 고개 삐죽 내민다 버거운 짐 걸머메고 넘어지다 일어서고 더러는 무릎 찧어 허옇게 아문 사리 뒤틀려 꼬인 몸뚱이 벼랑 끝에 매달린다 떨어질듯 되감아 오른 힘줄선 저 용틀임 눈 이불 솔잎치마 옹골찬 솔방울이 씨방 속 온기를 품어 천년 세월 버티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칠곡지부장을 역임한 송필국(64·칠곡군 북삼읍 오평1길) 시인이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응모한 `번지점프-해송 현애(懸崖)` 현대시조가 당선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 칠곡에서 좋아하는 글을 쓰기 위해 일찌감치 귀농한 송필국 시인은 1973년 영화잡지 시나리오 공모 2회 추천을 시작으로 2003년 문학세계 시 부문 신인상, 중앙일보 시조백일장 월말 장원 등 크고작은 문학상을 받으며 지역에서 문학활동을 해왔다. 송 시인은 이번 신춘문예에 `번지점프-해송 현애(벼랑에 붙어 뿌리보다 낮게 기울어져 자라는 나무)`는 이근배, 한분순 심사위원으로부터 "당선작은 바닷가 절벽에 붙어 사는 키가 자라지 못한 늙은 소나무에 기대어 세상의 바람과 서리에 맞서는 인간의 생명력을 그려내고 있다" 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표현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송 시인은 당선소감에서 "해마다 연말이면 열병을 앓곤 했다. 밤을 밝혀 글을 써도 그게 아니요, 다시 개칠을 해봐도 아닌 시조를 쓰느라 그랬고, 그 글 보내놓고 당선 소식을 기다리느라 더욱 그랬다. 그래도 끝내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적공을 드린 것이 결국 오늘에 이르게 된 것 같아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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