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주장이 다를수록 타협하고 절충해서 타협점을 찾든가, 자기의 주장을 설득으로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일을 처리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니라.” “남의 의견을 들을 줄도, 또 존중할 줄도 모르는 정치인은 민주주의를 할 자격이 없다.”
1955년 9월 해공(海公) 신익희 선생이 민주당 창당 당시 남긴 이 두 문장은 7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민주주의와 의회 정치의 본질을 꿰뚫는 말로 남아 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그의 정치 철학은 갈등과 대립이 심화된 오늘날 정치권에 깊은 울림을 준다.대한민국 임시정부 내무부장과 제1·2대 국회의장을 지낸 신익희 선생은 대한민국 건국과 의회민주주의의 기틀을 세운 정치인이다. 그는 이승만 정부의 장기 집권 시도와 사사오입 개헌에 맞서 민주 세력을 규합해 1955년 민주당을 창당했다. 그가 강조한 민주주의는 단순한 다수결이 아니라 설득과 절충, 상대 의견에 대한 존중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 가는 정치였다.1956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그는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구호로 국민적 기대를 모았다. 서울 한강 백사장 유세에는 3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지만, 선거운동 도중 호남선 열차 안에서 뇌일혈로 서거했다. 투표일에는 그를 추모하는 185만 표의 무효표가 나와 당시 국민적 열망과 안타까움을 보여줬다.신 선생은 “감투는 머리에 얹고 다니지 말고 발밑에 놓고 다녀라”는 말을 통해 권력은 국민을 위한 봉사의 자리임을 강조했다. 또 민주주의를 ‘민주위도 동등락역(民主爲到 同等樂域)’, 즉 모두가 함께 즐거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표현하며 상생과 협치의 가치를 역설했다.이러한 해공의 정치 철학은 최근 제헌절 경축식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았다. 국회는 제78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데니 태극기와 대한민국 임시정부·광복군 태극기, 현행 태극기를 함께 배치하며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거쳐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헌정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행사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제헌국회 의원들의 헌법 전문 낭독 영상이 상영됐고, 제헌국회 초대 의장인 이승만 전 대통령보다 신익희 선생이 먼저 등장했다. 국회는 신 선생이 제헌헌법 초안 작성과 제헌국회 및 제2대 국회의장을 지낸 헌정사의 상징성을 고려한 연출이라고 설명했다.그러나 이를 두고 역사적 의미를 반영한 구성이라는 평가와 함께, 대한민국 건국과 제헌의 의미보다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역사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반면 헌법 전문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명시하고 있는 만큼 헌법 정신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구성이라는 반론도 나왔다.이번 논란은 대한민국의 건국과 독립운동, 헌정사의 의미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역사 인식이 존재함을 보여줬다. 하지만 신익희 선생이 강조한 민주주의의 핵심은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를 만들어 가는 데 있었다.더불어민주당은 신익희 선생이 창당한 민주당의 정신을 계승해야 할 정당이다. 그러나 오늘날 극단적인 진영 대립과 정치적 갈등을 반복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 국민 통합이라는 창당 정신에서 멀어졌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제라도 신익희 선생의 정치 철학을 되새기고, 대결보다 대화와 타협, 분열보다 국민 통합의 가치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