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소멸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고향세’ 입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은 지난달 13일 지방자치단체가 기부금을 모금하고, 기부금으로 마련된 재원을 주민복지에 쓰도록 하는 ‘고향발전 기부 금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제정안은 지자체가 해당 지자체의 주민이 아닌 사람에 대해서도 기부금을 모금·접수하도록 허용하고, 이같이 마련된 재원은 주민복지 확대를 위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 기부 분위기를 조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자 지자체가 고향세를 낸 기부자에게 감사의 표시로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고향세는 기업인 등이 자신의 고향이나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일부나 전부에 대해 세액을 공제받는 일종의 ‘고향사랑 기부제’다.
특히 고향세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갈수록 피폐해가는 농촌과 지자체를 살릴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으로 국회 관련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고향세는 지방분권·자치농정 강화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6일 제5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지방이 튼튼해야 나라가 튼튼해지고,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잘 살 수 있다”며 지방분권 개헌의 추진과 고향세 신설을 재차 언급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해 고향세 법안을 마련하고 올 상반기 국회 통과를 거쳐 내년에 시행한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고향세(지역균형발전기부금에 관한 법률) 법안만 13건에 이른다.
그러나 국회에서 고향세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자 농업인을 비롯한 지역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1788개인 일본은 2008년부터 고향세를 도입해 농촌과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는 등 성공을 거뒀다.
일본은 고향세를 재원으로 ▶초등학교 아동클럽 방과후 돌봄서비스 ▶맞춤형 육아지원 정책 ▶무료 유치원 운영, 자녀 양육과 경제적 부담 경감 ▶농축산물 6차산업 가공판매, 농가소득 증대-농촌 일자리 창출 ▶어르신을 비롯한 노약자 맞춤형 의료복지 등을 펼쳐 쇠락해 가는 농촌과 고령화 문제 등을 한꺼번에 해결해 나가고 있다.
지난 8월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고향사랑 기부금제도 왜 필요한가?’ 토론회를 주최한 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은 각종 지표를 제시, 지방의 어려움을 획기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고향세 도입을 촉구했다.
다음은 정 의원이 농민신문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정 의원은 “수도권으로 인구와 경제가 집중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일본의 고향세처럼 지방을 살릴 새로운 재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 중 소멸위험이 큰 광역지자체는 전남·경북·강원·충남·전북 순이다.
이는 지방재정자립도 하위 5곳인 전남·전북·강원·경북·충북과 거의 일치한다.
농업을 주된 산업으로 하는 대다수 지역은 저출산·고령화로 붕괴현상에 맞닥뜨렸다.
열악한 지방재정 때문에 주민을 위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이에 따라 지방은 거주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 의원은 이런 상황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고자 일본 사례와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우리 실정에 맞는 고향세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제정안은 지자체가 지역균형발전기부금을 조성해 출산장려정책과 귀농정책에 사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지역특산물을 답례품으로 제공 하도록 허용하되 최소한의 규정을 둘 것도 제안했다.
정 의원은 “고향세의 도입 취지를 감안할 때 사용처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분야로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고향세가 도입되면 지역간 균형 발전은 물론 ‘농어촌 발전의 국민 참여’란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고향세가 성공을 거둔 이유는 세액공제, 기부금 용도지정, 답례품 증정,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홍보가 잘 맞물렸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고향세를 바라보는 도시민들의 긍정적인 시선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성원 편집국장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