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너를 맞는다 고은 가야 할 처음이 왔다 새해가 왔다 인내의 끝 예감의 시작으로 묵은 한라에 올라 너를 맞는다 숭고하거라 온 비겁 온 천박 토해버리고 단한번 숭고하거라 이 한반도 어디로 가느냐 목 없는 형천(刑天)에게 다 맡겨버리겠느냐 다 파헤쳐지겠느냐 다 꿀꺽 삼켜지고 말겠느냐 아니다 그간 쓰레기 널린 거리를 왔다 홑옷으로 우는 골목을 왔다 포효하는 열길 벼랑 파도 끝자락으로 저 죽어가는 개펄 달빛 쓰라린 신음으로 왔다 아니다 갈라져 주린 오장육부로 왔다 새해 너를 맞는다 흉금의 안쪽 지리 노고단 올라 너를 맞는다 장엄하거라 온 배척과 인색 내던지고 장엄하거라 그간 무엇을 하였더냐 무엇으로 숨찬 세상 한 모퉁이 여기를 마른 풀밭으로 남겼더냐 그런 것을 묻지 않거늘 이로부터 무엇을 할 수 있느냐 이리 내달려온 꿈 뚜렷이 있을진대 무엇으로 살겠느냐 컹컹 짖어 못 박아 묻는 새해 처음이 왔다 보라 막 솟아올라 뚝뚝 물 떧는 햇덩이 앞 내가 맨몸으로 멈춰서서 부르르 부르르 떨며 너를 맞는다 말 다음 뜻 다음으로 설악 소청에서 중청에서 대청에서 너를 맞는다 제발 덕분 지지리 못난 패거리 우둔 물리쳐 수려하거라 지금 설악 동쪽 푸른 바다 지금 저 서편 바다 고군산 밑 칠산바다 다 썩는다 오대 적멸보궁 치악 황장목 계룡 골짝 감악 안개 다 한 맺혀 천둥 밴다 이와 함께 한반도 각처의 넋들 망한다 밤 붉은 네온 붉은 십자 대낮 미친 형광 광고 아래 어느 넋도 얼도 기괴하지 않을 수 없다 온전할 수 없다 멍멍 멍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새해가 왔다 너를 맞는다 삼가 만년 장래에 피어날 백발 같은 존엄으로 백두 장군봉 올라 너를 맞는다 극히 신령하거라 지금 신령치 못하다면 언제까지나 너 노비이리라 너 거지이리라 너 도적이리라 너 고자 노릇 속여대리라 눈알 빠진 해골 웃음이더냐 그 허망한 히히 웃음이더냐 너의 말 그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으리라 새해가 왔다 이 한반도의 남과 북 오래 지친 꿈 속여서 너를 맞는다 확연한 바 다 내놓아야 어깨 겯고 찾아오리라 다 버려야 무릎 펴 채워지리니 새해가 왔다 새해가 와 너를 맞는다 온 누리 일곱 빛깔 활짝 펴 한 해 벽두 입 다물고 너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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