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권영해
흐르는 것은 아무도 막지 못 하리
그리움은
산으로부터 나와
애틋한 장편의 강을 엮어내고
강폭은 점점 넓어져
무심히 아파오는 기억의 끝자락마다
사람들은 물길 따라 발길을 만들며
가슴에 뜨거운 맥박을 키우네
잃어버린 길이 어디 있으랴
간절한 것은 물 위에서 저절로 길이 되고
흐르는 길 따라 삶은 쉼 없이 이어지나니
길을 떠나면 강은 흐르지 않네
강변을 서성이다가
길을 지우며 흐르는 안개도
바람이 시간을 거슬러 역류하는 저녁에
다시
강 끝에서 길을 만나네
강은 길을 잃지 않는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