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10시 별세하신 고 박호만 선생님은 1931년 지금의 기산면 죽전리 강정 나루터가 있던 강정마을에서 태어나 일제시대 중반기를 거쳐 그곳에서 성장하면서 소년시절을 보냈다. 대구사범 심상과(尋常科를 졸업하고 당시 왜관·석적·매원국민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하면서 많은 제자들을 길러내기도 했다.
그 후 서울로 상경해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근무하시기도 했다고 한다. 박 선생은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왜관에서 한 평생을 살면서 경상북도 정신문화교육 강사,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칠곡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 등 한 평생을 정신문화교육과 향토사연구에 몰두하셨다.
그간의 업적을 살펴보면 경북도의 의뢰로 경북향토사연구협의회가 1990년부터 1992년까지 발행한 ‘경북마을지’ 편찬에 참여, 칠곡군편을 펴내셨다. 2000년 4월 칠곡군내 문화유적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우리지역의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계승-발전시키고 사료들을 체계적으로 수집, 정립해 후세에 향토사연구의 자료로 전승하고자 ‘칠곡향토사학회’ 창립을 주도하신 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칠곡향지 14집을 발간하고 이를 기념하는 학술발표회를 열고 있다. 칠곡향토사학회는 향토사에 관심있는 주민들이 모여 매월 칠곡군지역과 타지역 문화유산 답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그 성과를 ‘칠곡향지’로 엮어내고 있는 순수한 향토사연구단체로 타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단체다.
또한 2008년12월에는 선생께서 쓰신 ‘낙동강 수운사에 대한 논문’이 중앙문화원 연합회 학술총서 제2집(`場市와 교통체계`)으로 출판 되어 왜관을 중심으로한 낙동강 수운사 연구에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낙동강 수운사에 대한 연구는 낙동강의 조운(洛東江의 漕運), 왜인들의 조경로(倭人들의 朝京路), 낙동강 유역의 수운(洛東江 流域의 水運)-수운의 거점과 유통-경부선 개통전의 수운-경부선 개통후의 수운(①안동∼왜관간 ②왜관∼삼랑진간), 나루터(칠곡지역)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2008년부터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칠곡군과 관련된 사료들을 70여건 찾아내 그 중 일부를 ‘칠곡향지’에 소개하기도 했다. 이 자료들은 지금까지 향토사 연구의 가장 걸림돌이 돼 왔던 사료와 역사주제의 기근현상을 보완하고 앞으로 향토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11년11월에는 왜관의 역사를 총정리해 『왜관100년사』를 발간하고 심포지움을 개최했으며 『낙강사논고』, 『낙동강대첩』, 『칠곡인물총람』 등을 연이어 편찬했다. 80세가 넘는 연세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왕성한 연구와 집필활동으로 지역 향토사료의 발굴과 정리에 몰두, 귀중한 향토역사를 후세에 전하려고 하신 고인의 고귀한 뜻과 노력은 역사에 길이 빛나리라.
고 박호만 선생은 지역문학에도 관심을 기울여 1995년10월 칠곡문인협회의 전신인 ‘칠곡문학’을 창립해 자문위원과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칠곡문학의 산증인으로서 지역 문학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왜관 낙동강변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선생님은 누구보다도 낙동강에 대한 애정이 넘쳐 이것이 글이 되었다.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 그 품 속에서 잉태된 문학과 역사를 후손들에게 전하고자 하신 고인의 열정은 강물처럼 끊임없이 이어져 영원히 식지 않으리라. 낙동강변에서 태어나 어머니 같은 낙동강의 품 속으로 영면하신 선생은 진정으로 칠곡을 사랑하신 분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혁순 칠곡향토사학회 회원 lhss11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