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령한 새싹 시/구상 그다지 모질던 회오리바람이 자고 나의 안에는 신령한 새싹이 움텄다. 겨울 아카시아 모양 메마른 앙상한 나의 오관(五官)에 이 어쩐 싱그러움이냐? 어둠으로 감싸여 있던 만물들이 저마다 총총한 별이 되어 반짝이고 그물코처럼 엉키고 설킨 사리(事理)들이 타래실처럼 술술 풀린다. 이제 나에게는 나고 스러지는 것이 하나도 가엾지가 않고 모두가 영원의 한 모습일 뿐이다. 때를 넘기면 배가 고프고 신경통으로 사지가 쑤시기는 매한가지지만 나의 안에는 신령한 새싹이 움터 영원의 동산에다 피울 새 꽃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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