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칠곡군 왜관읍 자고산 303고지가 대한민국의 운명과 역사를 바꿨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참전 미군포로 42명의 학살현장 일대가 추모공원으로 성역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지난 11일 제2작전사령관, 미8군사령관, 백선기 군수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자고산 303고지 미군포로 학살현장 추모비 헌화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관용 도지사는 이와 관련, 추모공원 조성 사업비로 도비 3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참혹했던 비명의 학살현장에 세워진 초라했던 추모비가 65년 만에 세계평화와 자유수호의 메카로 새롭게 단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칠곡군이 야심차게 펼치고 있는 호국관광벨트사업과 함께 또 하나의 성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이어 지난 17일 주한미군 4지역사령관 초청 한미 추석 리셉션 자리에서 인사말을 통해 김관용 도지사의 303고지 추모공원화 조성사업비 30억원 지원 약속을 거론하면서 내년말부터 이 사업이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곳은 1950년 8월 17일은 6·25전쟁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비명과 분노의 장소였다. 자고산 303전투에서 한국군 지원부대를 기다리던 미1기병사단 미군들이 접근해오는 북한군을 한국군으로 오인, 방심한 상태에서 포로가 됐고 융단폭격과 함께 낙동강 전투가 가장 치열했던 시기에 미군들의 반격으로 북한군을 압박해오자 미군포로들을 앞세워 낙동강 건너로 도주를 시도하려던 북한군은 미군포로들에게 군화를 벗게 하고 그 군화 끈으로 그들 자신의 손을 묶게 하여 303고지 아래로 끌려가 무차별적으로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 처참한 현장에서 42명이 학살되었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3명 중 한명인 맨링(당시 18세) 미군병사는 노병이 되어 1999년 한국을 찾아 당시 비참했던 현장을 증언했고, 6·25참전유공자회 칠곡군지회의 주선으로 칠곡군과 주한미군 캠프캐럴이 2005년 이곳에 공동으로 추모비를 세운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무관심과 관리소홀로 추모비 주위에는 쓰레기와 무성한 잡초로 추모비 건립을 무색케 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민주평통 칠곡군협의회에서는 주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국가통일안보와 한미 우호증진을 위해 미군들과 함께 2012년부터 매년 8월 17일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 한미합동 위령제에서 이수헌 민주평통 칠곡군협의회 회장은 "대한민국 운명의 갈림길에서 미국의 강력한 반격의지를 이끈 구국의 사건일 뿐 아니라 42명의 미군포로 희생자들의 고귀한 희생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며 백선기 군수에게 성역화를 건의하기도 했다.
학살현장에서 처음 한미합동 전통위령제를 추진한 당시 민주평통 칠곡군협의회 자문위원(교육홍보분과위원장·주한미군 6병기대대 근무)을 맡았던 필자는 쓰레기와 잡초 위에 방치된 추모비 현장에서 나라이름도 모르는 이국만리 타국 땅에서 어린 나이에 겪은 미군병사들의 공포와 비명을 상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파 주변청소와 함께 비운의 영혼들을 달래주겠다는 마음으로 위령제를 시작했는데 추모공원화 소식을 들으니 너무나 반갑고 벅찬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그동안 303고지는 물론 우리의 전통위령제에 관심을 가져준 AFN(미군방송)과 칠곡신문 등 각 언론사의 역할에 감사한다.
송인태 영상미디어본부장 sit5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