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한 봄기운이 느껴지는 3월! 가슴 먹먹한 딸이 순심여고에 입학하는 날이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왜관초등학교 졸업후 친구들과 함께 가고 싶다던 순심여중은 특수학급(학습도움반)이 없어서 진학할 수가 없었다. 집과 거리가 있는 S중을 선택해야만 했던 지난 아픔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자식이 속상해하는걸 보는 엄마의 마음은 많이 아렸다. 그런데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또한번 엄마는 걱정이었다. 혼자 등·하교가 어려운 딸아이를 왜관에서 떨어진 Y고로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특수교육을 포기하고 인근의 순심여고를 선택하기에는 아이의 미래는 너무나 어두웠다. 아프지 않고 멀쩡한 자식도 학업을 포기시킬 수 없거늘 수없이 가르치기를 반복해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특수교육을 포기하는 건 자식을 포기하는 것과 똑같으리라.
조심스럽게 순심여고의 문을 두드렸다. 다행히 학교 관계자들이 따뜻하게 반겨주셨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리하여 80년 역사를 자랑하는 순심고·순심여고가 올해 모두 특수학급을 신설하게 됐다.
먼거리를 통학하던 지역 장애학생들이 집 가까이에서 좀 더 편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어 너무나 기쁘다.
아울러 칠곡군 특수교육이 활성화, 아직도 통합교육(특수교육)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장애학생들이 더 많은 교육으로 퇴보되지 않고 능력이 향상될 수 있길 바란다.
통합교육은 장애라고 해서 아동을 특수학교에 격리 수용하여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학교에서 일반아동과 같은 교실에서 생활하고 학습한다.
대신 별도로 특수학급(도움반)을 두어 특수교육 전공 교사가 장애학생의 수준별 교육으로 장애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수업을 하게 된다. 우리 아이들이 장애가 있다고 해서 격리 교육하는 방법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성인이 되면 어차피 사회에 나가서 이 사회일원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장애, 비장애를 구분해 특수학교를 보내는 것은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통합교육으로 비장애학생들과 어울리면서 학교라는 공동체(작은 사회)를 먼저 접하고, 성인이 되었을 때 당당히 이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지역의 통합교육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으신 분들게 감사드린다.
이영복 학모·칠곡군 왜관읍 왜관리 lybok07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