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주거지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중간상인 없이 생산자와 직거래, 양질의 농·축·수산물을 보다 저렴하게 거래할 수 있는 로컬푸드(localfood 농·축·수산물 현지 직거래)가 칠곡군지역에서도 북삼농협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석적농협도 내년 하반기 준공예정인 하마로마트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설치키로 알려져 지역농협이 로컬푸드의 구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인근 대구·구미 도시민의 충분한 소비자는 물론 사통팔달의 편리한 교통망 등을 자랑하는 칠곡군의 경우 영남지역에서 로컬푸드 모델케이스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칠곡군과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자체 인구 3만명 내외의 소비층을 두고 있는 왜관·북삼·석적읍은 직거래형 매장운영이 가능하고, 겨울 혹한기가 짧고 비교적 온난하기에 사계절 내내 신선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이를 감안, 지난 6·4지방선거 공약으로 임기내 50억원(국비·도비·군비)의 예산을 들여 칠곡군이 생산하는 우수 농산물을 대도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지역농산물 직거래센터(로컬푸드 직매장) 설립을 내걸었기 때문에 칠곡지역 로컬푸드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북삼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생산자명과 전화번호 등이 있어요"
올 하반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로부터 로컬푸드사업자로 선정된 북삼농협(조합장 송석록)은 지난 3일 하나로마트 내에 칠곡산 농산물만 취급하는 30평 규모의 로컬푸드 직매장을 개설했다.
초록색 라벨에 `농산물명, 생산자 ○○○, 휴대전화 번호, 칠곡산`이라고 표시된 로컬푸드가 비닐에 싸여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관에 사는 박모 씨는 지난 6일 칠곡산 ‘갓’을 1500원에 구입한 후 "엊그제 우연히 로컬푸드 매장의 갓을 생채로 먹으니 신선했을 뿐 아니라 가격도 저렴해 또 왔다"며 "상품 종류는 적지만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지적했다.
◆로컬푸드는 소농(小農)의 희망
로컬푸드가 이같은 현실에서 농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생산농민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이 적혀있는 농산물을 소비자가 그 자리에서 확인한 후 구입해 가는 것이다. 즉, 아침에 수확한 배추를 비롯해 농산물을 그날 바로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것이 로컬푸드다.
종전에는 생산자가 5일장에서 하루 종일 손님을 기다려야 하지만 농협마트에 갖다 놓으면 모든 것이 쉽게 해결된다.
로컬푸드로 성공한 완주군의 직매장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로컬푸드 소비자의 만족도가 100%에 가까운데 이유는 무엇보다 신뢰와 신선도, 착한 가격이다. 로컬푸드 덕분에 단순한 거래의 관계를 넘어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사회적 신뢰관계 형성이 가능하며, 지속가능한 영농으로 영세소농-노령농업인(노후생활 보장, 귀농귀촌과 연계) 등이 참여함으로써 지역에 돈이 들어오고 일자리가 생기는 `선순환 경제`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칠곡군의 로컬푸드
북삼의 로컬푸드는 농업인 등의 끈질긴 요구가 받아들여져 결실을 맺은 것이다. 북삼의 농업인들이 지난해 3차례 완주군 로컬푸드를 견학한 후 북삼농협 신축 하나로마트에 로컬푸드 매장설치-운영을 수차례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인들은 로컬푸드추진위원회를 구성, 농협과 농산물 직매장설치의 당위성을 주장했고, 북삼농협도 이를 수용해 올해 하반기사업으로 로컬푸드 직매장사업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8월12일 칠곡군농업기술센터 황석재 북부지소장 주관으로 농업인과 북삼농협-농협 칠곡군지부 관계자 등이 완주군 로컬푸드를 견학한 것을 시작으로 로컬푸드의 정신, 농약안전사용, 출하자 조직구성 등을 마무리하고 마침내 매장을 개장한 것이다.
이호희 북삼로컬푸드 대표는 "이제 문을 연 직매장은 농가조직화와 연간 계획생산, 다양한 품목 등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세밀한 기술과 경영마인드가 필요하고, 특히 농협직원의 로컬푸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공식품 제조시설의 설치 운영이 필요한 만큼 즉석가공시설이라 할수 있는 제과, 제빵, 떡, 두부 등은 매장에 최대한 가까이 설치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컬푸드에 앞장서는 칠곡군의원들 및 관심 많은 동명로컬푸드
칠곡군의회는 지난달 27일 장세학 부의장을 비롯해 장재환·이재호·한향숙 의원, 동명-북삼 로컬푸드 농업인, 관계 공무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전북 완주군 모악산, 용진농협에서 로컬푸드 선진지 견학을 실시했다.
모악산은 칠곡군 동명면과 유사한 전주시민의 휴양레저 산으로 이곳에 농산물직매장과 지역음식으로 식당을 운영 중이다.
장세학 부의장은 이날 "도시외곽지역에 있으면서 전주시민이 농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일부러 30여분을 온다는 것은 로컬푸드 독립매장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지역농산물로만 3,100만원의 1일 매출은 칠곡군 농업의 유통분야에서 크게 고민해야 부분이며 북삼에서 시작한 로컬푸드가 성공하도록 의회에서 최대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호 군의원은 "로컬푸드의 꽃이라 할수 있는 지역음식을 재료로 한 식당은 손님으로부터 인기 폭발이었고, 용진농협의 로컬푸드1번지 직매장은 농협 주도의 직거래장에 대한 무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80여평의 좁은 매장에서 지역농산물과 가공식품의 매출액이 하루 3,000여만원이라니 크게 놀랐다. 10월 3일에 이어 두차례 견학이 농업과 관련한 의정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환 군의원은 "왜관의 경우도 기존 왜관시장 상인을 보호하면서 농민소득을 올리는 직거래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전담하는 TF팀의 운영도 검토할만하다. 노령농민의 안정소득을 확보하는 로컬푸드 시스템은 현재까지 칠곡군 농업보조지원사업은 로컬푸드 사업과는 동떨어진 측면이 있으므로 영세 노령농가를 보호할 수 있는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향숙 군의원은 "모악산 해피스테이션은 팔공산 레저객이 많고 대구시민의 접근성이 좋은 동명지역이 타당한지, 이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한 후 추진해야 한다. 심지어 어떤 소비자는 상추 한 단이라도 특정인의 것만 구입하는 것을 보면 신뢰를 바탕으로 농산물을 구입하는 경향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로컬푸드는 그간 이름 없던 농산물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소비자 생산자의 교류를 향상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전호복 동명로컬푸드 추진위원장과 최상현 사무차장은 팔공산 레저객을 대상으로 한 모악산해피스테이션 유형이 동명지역에 적합할 것이라며 칠곡군에서 타당성을 조사하고 지역농업인이 참여하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동명면 봉암리 홍영태 이장, 남원리 이원달 이장도 마을 주민들과 같이 완주군 일대 로컬푸드를 견학을 하고 돌아왔다. 이들은 모두 로컬푸드매장, 특히 식당과 직매장을 결합하는 유형으로 동명에서 시작하는데 농협 주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