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위급상황에서 칠곡군 지역 응급환자들이 왜관병원의 응급실을 요긴하게 이용하고 있으나 올해 이 병원이 보건복지부 응급의료취약지역 응급의료시설에서 제외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왜관병원(이사장 조은상)은 지난해 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취약지역 응급의료시설`로 지정받고 경영이 힘든 상태에서 시설과 의사-직원 등을 갖춰 칠곡군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응급진료를 해왔다. 실제로 왜관병원은 지역 응급환자의 목숨을 수차례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10일 30대 남성(33)은 벌초를 하다 벌에 머리를 쏘여 얼굴이 붓고 숨쉬기 어려운 위급한 상태에서 왜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혈압(80/60), 맥박, 호흡을 체크해 보니 알러지성 쇼크 가능성이 있어 항히스타민제(알러지 착용 차단약제) 주사투여와 약 복용 후 3차병원으로 후송했다고 병원측은 밝혔다.
지난해 8월 6일에는 70대 할머니(78)가 식사 도중 질식해 입술이 검푸른 상태로 급히 왜관병원으로 옮겨졌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후 기도를 확보했고 수액 처방과 약물 투여 후 역시 3차병원으로 후송됐다.
지난 1월 14일 40대 남성(44)은 전날 아침부터 가슴통증과 등 부위 통증이 있어 이 병원에서 혈압과 맥박·호흡 체크 후 심장쪽 질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응급처치 후 3차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2월 10일 교통사고를 당한 50대 남성(59)은 다발성 열상을 입어 하지 엑스레이(X-Ray) 촬영과 골절유무 확인 후 열상 상처에 변연절제와 봉합 시행 도중 갑자기 복통을 호소했다. 왜관병원 응급의료진은 이 환자의 혈압이(70/40) 낮아진 것을 보고 복강 내 장기 파열을 의심, 봉합을 중단하고 혈압상승을 위한 수액 처방 후 3차병원으로 후송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칠곡군이 대구에 있는 응급시설과 가깝다는 이유로 올해 응급의료취약지역 응급의료시설에서 제외시켜 지역 응급환자들은 대구 등으로 가야하는 불편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왜관병원은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건의서를 보내고, 응급의료취약지역 응급의료시설 재지정을 촉구했다. 의료에 있어서 모든 국민이 수준높은 의료혜택을 받을수 있도록 하라고 의료법 제1조에서 정부에게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은 의료의 질을 높이고 병원감염을 예방하며, 의료기술을 발전시키는 등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같은 법 제4조에서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에게 요구하고 있다.
현재, 칠곡군은 의료기관의 병상수가 1,843병상이고, 인구12만3,199명의 지역에 이 만큼의 병상수는 의료서비스공급에 있어서 넘쳐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중 약60%(1,097병상)는 정신병상수이고, 약33%(616병상)는 요양병상수이며, 약 7%(130병상)만이 급성기 병상수이다.
그러나, 실제 급성기 환자입원수를 보면 30여명이 평균 입원하고 있고 나머지는 요양병상 수준이다. 이는 응급의학과 등 전문인력은 태부족한 상황에서 야간근무를 할 수 있는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 외에 임상병리사·방사선기사 등 의료기사조차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 결과 대도시 인근인 칠곡군은 의료산업의 대도시 유출이 심하다. 때문에 의료업이 침체되어 있고, 대부분 응급환자도 30분 이내 인근 대도시 종합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하지만 비교적 가벼운 응급환자의 경우 공휴일이나 야간에는 진료를 받지 못하는 취약점이 있다.
응급의료시설이란 지역응급의료기관보다 규모와 장비가 완화되고 24시간 외래진료를 할 수 있는 곳으로서 응급의료기관이 없었던 칠곡군에서는 응급의료시설의 설치로 응급환자 진료에 숨통이 트이게 되었다.
2014년말 약목면 H병원이 경영상 적자를 이유로 응급의료기관을 포기했을 정도로 어려운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왜관병원은 1990년부터 24시간 연중무휴 진료를 맡아 왔다. 이어 지난해 2월부터 응급의료기관 중 응급의료시설당직의료기관으로서 공적인 역할을 다하기 위해 현재도 100여 명의 의료진과 직원들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왜관병원은 응급의료취약지역 당직의료기관으로 준비하기 위해 직원을 추가 채용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예산지원이 1년 만에 중단된 상황에서 직원 감원이 불가피하고, 예산지원과 의료인력 지원을 받지 못하면 응급실 운영을 부득이 포기해야만 한다.
왜관병원 관계자는 "칠곡군에서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는 왜관병원 응급실이 정부의 탁상행정으로 폐쇄될 경우 전체 군민의 건강과 응급처치를 받지않은 상태에서 후송되는 것은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을 것"이라며 "가깝게 1차 응급처치를 못받고 타지로 멀리 가야하는 위험과 불편이 초래되는 불합리한 현실은 국가의 응급의료 진료체계를 신뢰할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칠곡 군민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목숨과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를 위해 응급의료 취약지인 칠곡군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운영하고 있는 왜관병원 응급실을 응급의료취약지역 응급의료시설로 재지정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원 편집국장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