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심학교 개교 80주년의 의의는 무엇이고, 순심여고 역사관 소개 좀 해주십시오.
박=순심학교의 출발점은 1936년 지역사회의 교육에 대한 사명의식을 가진 이 로베르토 신부에 의해 설립된 소화여자학원입니다. 이를 모태로 하여 1946년 5월 23일 순심여자초급중학교로 설립인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순심학교는 개교 80주년을 맞이하는 동안 가톨릭 학교의 사명인 복음화와 전인 교육에 공헌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그 결과 순심의 동산을 거쳐 간 수많은 동문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배출될 학생들 또한 우리 학교의 이름처럼 깨끗한 마음을 가지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것입니다.
`마르셀라 갤러리` 명칭은 본교 개교 당시 책임교사인 박금주 마르셀라 수녀님의 이름에서 따왔으며, 역사관 개관은 전 교직원이 한 마음이 되어 기금 마련부터 시작하여 자료 및 유물 조사, 전시, 공사 등 개관 준비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이러한 노력의 절실함이 각계각층의 많은 분들에게 마음이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여러 동문들과 지역사회의 많은 분들, 교직원과 학부모들의 지원 등이 합쳐져 역사관을 조성하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의 재정적인 뒷받침으로 건립된 역사관은 4개 구역으로 나누어져 전시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역사관에는 기수별 졸업앨범과 방대한 과거 사진자료를 전자앨범으로 제작하여 당시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하였으며, 학교설립 인가 서류부터 독일로부터 기증받은 과학 기자재, 상장과 트로피, 바뀌어 온 교복, 학생과 교사들의 손때 묻은 여러 장부와 교육활동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유물 자료들은 역사관을 둘러보는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과 진한 여운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순심학교의 역사가 현재 진행형인 것처럼 마르셀라 갤러리 역시 완료형이 아닌 진행형 역사관이 될 것입니다. 살아 숨쉬는 실체로서 학교의 역사를 오롯이 담아내는 역동적인 역사관이 될 것입니다. 당연히 이러한 역사는 순심학교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 동문들을 비롯하여 재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 갈 것입니다.
역사관은 유서 깊은 순심여자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전시하여 재학생들에게는 학교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참된 교육의 공간, 지역 주민에게는 학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안내의 공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동문들에게는 학교와 동문이 함께 지역사회에 공헌하며 역동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상징이자 모교 사랑의 실천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마르셀라 갤러리는 순심학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소통의 역사관으로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한 세기를 준비하는 뿌리와 원천이 될 것입니다.
-순심학교 교육이념은 ‘가톨릭정신에 입각한 전인적 인간교육’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같은 교육이념이 실제 학교교육에서 어떻게 실현돼 왔고, 이에 따른 성과는 무엇입니까?
박=한국가톨릭교육헌장에는 가톨릭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스승이신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가톨릭학교의 사명은 복음화와 전인교육에 공헌하는 것이다.’라고 규정하고 있지요. 신앙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인생관을 확립하도록 도우며, 학력향상만이 도달점이 아닌, 도덕성을 함양하고 사랑과 봉사하는 태도를 익혀 균형잡힌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상담이나 장학금 지원 등 소외된 청소년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데 각별히 노력을 기울입니다.
우리 순심학교는 일반학교와 마찬가지로 국가가 필요로 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지만 그 안에서 진리의 요소를 배우고 이를 그리스도적 정신으로 조명하도록 교원들에게 요구합니다. 수요미사, 신입생 환영미사, 개교 기념미사, 5월 성모의 밤, 고3 수능 격려미사, 성지순례 등의 종교행사를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가톨릭에 대해 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성가합창경연대회’, ‘수능 등달기’ 행사와 각종 교과에서의 인성교육 등을 통하여 정서발달도 이루어집니다. 학생 자치활동과 우리 교육재단에서 중점교육활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아리 활동 등은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모든 학생들의 잠재력을 존중하여, 부여된 개성이 온전하게 발휘되도록 해 줍니다.
4개학교 연합동아리인 순심베네딕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활동만 보더라도 학생들의 정서안정과 심미감 증진 및 자존감 발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각 학교에 배치된 수도자를 중심으로 생명존중교육, 평화와 정의교육, 봉사교육, 환경보전 교육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종교와 철학,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 서로 다름에 대한 문화적 대화교육도 주문하고 싶습니다.
학생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매년 많은 수의 가톨릭 영세자가 탄생하는 것으로 보아 학교는 복음화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관과 칠곡지역의 가톨릭 신자 비율이 전국평균보다 높은 이유 중 하나로 80년 역사의 순심학교의 존재와 역할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인성교육이 수반되지 않는 학력중시교육은 사회악을 유발할 소지가 있으므로 학교에서는 이를 철저히 경계해야 합니다.
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순심인들은 세상의 빛과 소금같은 존재로 살아가도록 학교가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합니다. 우리 순심 학생들의 학교폭력발생 건수가 타교에 비해 현저히 낮을 뿐 아니라, 평균적인 인성은 타 학교와 비교되었을 때 드러난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수학여행이나 수련활동에서 학생들의 예절과 질서의식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입을 모아 칭찬한다고 합니다. 또한, 관내 초·중학생들의 진학희망학교 1순위가 순심학교라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인 일입니다.
-가톨릭을 비롯해 종교가 국가와 사회, 이웃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며, 순심교육재단 이사장님으로서 교육철학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박=가톨릭교회는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역사적으로 많은 학교를 세워 운영해 왔으며, 이를 통해 ‘가톨릭 신앙에 기초한 교육’을 후세에게 가르치고 전승시켜 왔습니다. 사실상 서구의 역사에서 보면 근대까지 공적인 교육 영역의 많은 부분을 가톨릭교회가 담당해 왔습니다. 이는 근대 개화기 이후의 우리나라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현대교회와 국가는 유기적인 상호 관련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분리할 수는 없으나 가능한 한 교회의 일과 종교교육에 대해서는 국가가 자의적인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 어느 정도 합의되어 있습니다.
사학(私學)의 현존에 따른 사회적인 논란이 되는 다양한 문제들의 핵심은 ‘사학(私學)의 독자성’과 ‘교육의 공공성’ 사이의 균형을 어느 점에서 유지하느냐에 있습니다.
교육기본법 제25조 (사립학교의 육성)에 의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립학교를 지원·육성하여야 하며, 사립학교의 다양하고 특성 있는 설립목적이 존중되도록 하여야 한다.” [전문개정 2007.12.21.] [본조제목개정 2007.12.21.]고 되어있습니다. 이는 사립학교의 건학이념에 근거한 종교교육을 인정할 뿐 아니라 존중할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국가와 사회, 이웃을 위해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진리를 탐구하며 심신과 기능을 연마하여 지덕체(智德體)를 겸비한 미래 지향적인 봉사하는 민주시민을 육성`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의 교육철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가톨릭계 학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계 학교들이 진정한 사학다운 사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건학이념을 스스로의 노력으로 구현해 나갈 수 있는 자율적 학교운영의 틀이 갖추어지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둘째, 가톨릭계 학교 스스로 학교운영의 특수성과 자율성을 보장받고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어 나가기 위해 우수한 교원확보를 위하여 노력을 경주(傾注)하며, 아울러 학생들의 인성함양을 위해서 순심 베네딕도 오케스트라와 동아리 활동, 그리고 학교 스포츠클럽 등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자 합니다.
끝으로, 학력과 인성이 조화된 쾌적한 교육환경 조성 등을 위한 재원 확충을 위해 재단, 지역 기관단체 그리고 지역 교육지원청 및 도교육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특히 유럽의 공동 주보성인 중의 한분이시며 우리 수도원의 사부(師父)이신 성베네딕도의 “기도하고 일하고 독서하라.(Ora, Labora et Lege.)”는 정신을 교육에 접목시켜 ‘가톨릭정신에 입각한 전인적 인간교육’을 실시하고자 합니다. 80년의 세월동안 순심의 동산을 거쳐 간 수많은 동문들도 사회 각 분야에서 순심에서의 추억을 가슴에 안고 “깨끗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일하고 서로 돕는 사람이 되자.”라는 교훈을 기억하며 겸손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8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순심학교’는 ‘세계로, 우주로, 미래로’ 웅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순심학교를 어떤 교육기관으로 만들어 가실 계획입니까?
박=순심학교는 가톨릭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1936년에 설립된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명문 사립학교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우리 순심학교는 ‘깨끗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일하고 서로 돕는 사람이 되자’라는 교훈에 걸맞게 ‘가톨릭 정신에 입각한 생각하는 사람, 실행하는 사람, 봉사하는 사람’을 기르기 위하여 지금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먼저 교사들은 존경받는 사도(師道) 확립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연수를 통하여 전인적 인격과 전문성, 성실함을 겸비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즐겁고 희망이 넘치는 학교생활을 하도록 학생들에게 감성 및 인성교육을 강화하겠습니다.
순심 베네딕도 오케스트라, 해외문화탐방 등 문화, 체육, 예술 활동을 통하여 바른 가치관을 갖게 하고 ‘참 좋은 학교’를 완성하기 위한 인문학적 소양도 겸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학생에게는 공부가 우선입니다. 이러한 인성을 바탕으로 공부를 하게 되면 그 효과가 배에 달할 것입니다. 교실수업개선도 강조하려 합니다. 학생활동중심의 수업이 강화되어 학생 모두가 행복해하는 학교가 되게 하기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겠습니다. 1936년에 시작된 순심학교는 그동안 ‘日新又日新’하여 ‘無中生有’를 이루었다고 감히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순심의 괄목할 발전은 이 순간에도 진행중이며 앞으로 더 빛을 발할 것입니다.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지역 사회와 학교가 함께 가야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에 대한 이사장님의 견해와 입장을 말씀해 주십시오.
박=모든 사회는 서서히 변화하고 있으며 어느 사회나 발전적인 방향으로의 변화를 지향하기 마련입니다. 사회의 변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할 때, 그 사회의 내부를 들여다 보면 교육계통의 뚜렷한 변화를 살필 수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지방 분권화가 점차 이루어지면서 기존의 중앙집권적 성격을 탈피하고 지역 사회의 실정에 적합한 자치 방식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 변화에 따라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지역 교육지원청 및 학교 자체에서 교육의 세부적인 흐름을 논의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교육은 그 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며 긍정적인 변화를 유지시킬 수 있는 근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교육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교육의 발전이 곧 사회의 발전임을 인지하고 교육과 지역 사회의 상호 보완성을 강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지역 사회에서 학교가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큽니다. 더군다나 우리가 살고 있는 칠곡군처럼 지역 사회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군 지역에서는 중소도시 이상의 지역에 비해 하나의 학교가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칠곡군은 인구가 약 12만 2천명 가량인 소도시로, 관내 학교 교육의 수용자를 외부로부터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고 인구 자체의 범위 내에서 주로 충족시키는 편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지역 사회의 각 학교는 지역 주민들의 배움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교육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는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대표 기관 및 생활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학교 단독으로는 그러한 기능을 수행하기에 다소 한계가 있으므로, 관내의 여러 유관 기관들과 논의하여 유기적 협력 체계를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입니다. 예를 들면, 소방서와 협약을 맺어 정기적으로 소방안전교육을 실시하고, 경찰서와 협약을 맺어 학교 주변의 유해 환경을 제거하거나 체험 학습 시 학생 운송에 대한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교육문화회관의 지원을 받아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 시간에 다양한 방면의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 환경정리에 앞장서거나 교육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동들의 멘토가 되어 주는 등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지역 사회와 학교가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를 유지한다면 원활하고 안정적인 교육 활동이 이루어져 이상적 교육 여건이 조성될 수 있고, 자연스레 높은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교육적 효과는 학력을 포함한 전인적 능력의 향상을 통해 드러나고 이는 곧 학생들의 진학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학생들이 졸업 후에 사회의 여러 분야로 진출하여 우리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는 순간이 온다면, 그것은 지역 사회와 학교가 서로 협력하여 이룩해 낸 진정한 결과물이 비로소 사회로 환원되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