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상용화가 속도를 내면서 버스·택시·화물차 등 운전 직종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통혁신`이란 기대와 함께 ‘일자리 충격’이란 사회적 파장이 동시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승용차 시장에서는 2027년 레벨4 자율주행차 출시가 예정돼 있고, 버스·셔틀 등 대중교통은 이미 시범 운행이 진행 중이다. 로보택시는 미국과 중국 주요 도시에서 상용화에 들어갔으며, 국내에서도 글로벌 기업이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며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9월 23일부터 국내 최초로 청계천 일대에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 셔틀을 운행하기 시작했다. 운행 구간은 청계광장~청계5가(광장시장)~청계광장을 잇는 4.8㎞ 순환 노선으로 2대가 투입된다. 이 셔틀은 국내 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Autonomous A2Z)가 순수 자체 기술로 개발·제작한 차량이다. 좌석 9개, 11인승으로 운전석과 핸들이 아예 없고, 차량에는 안전요원이 탑승하지만 운행 자체에는 개입하지 않는다.서울시는 자율주행 셔틀 운행으로 미래 교통 체계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청계천 관광객 증가와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기술 고도화를 통해 야간 운행과 구간 확대를 추진하고, 완전 무인 셔틀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버스와 상용차 분야는 대중교통 기반 서비스라는 특성상 상용화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2030년까지 셔틀버스 서비스의 절반이 자율주행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메이 모빌리티는 이미 일부 도시에서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는 ‘드라이버 아웃(driver-out)’ 운행을 상용화했다.
자율주행 택시 `로보택시`도 미국과 중국이 상용화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중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니.AI는 최근 서울 강남대로에서 로보택시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중국이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반면 국내 기업은 제도적 제약과 산업계의 반발로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자국 시장을 해외 기업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포니.AI는 현재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중국 4대 도시에서 유료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유럽 시장 진출에 이어 한국에서도 전국 단위 운행 허가를 취득한 상태다. 자율주행 기술 세계 2위 기업으로 꼽히는 중국 바이두(Baidu) 역시 국내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T`를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와의 합작을 통해 한국 진출을 진행하고 있다.미국의 로보택시 상용화는 테슬라, 구글 웨이모, 아마존 죽스(Zoox) `3강 구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로보택시 전용 공장을 가동하는 등 상용화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6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죽스는 캘리포니아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고, 웨이모 역시 오스틴에서 서비스 지역을 넓히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이 빠르게 로보택시 시장을 넓히고 있는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있다. 그러나 한국은 2021년 자율주행자동차법(자율주행 특별법)을 제정해 상용화를 유도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 11명은 지난 3월 자율주행 R&D를 위해 원본 영상 활용을 허용하도록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택시 업계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로보택시 확대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규제뿐 아니라 투자 유치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 때문에 서울시 등 지자체 지원 예산도 택시보다 자율주행 버스 등 상용화 속도가 빠른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승용차는 아직 안전성 확보와 제도적 과제가 남아 있다. 승용차 분야에서는 레벨3 자율주행이 이미 일부 국가에서 도입됐다. 혼다와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일과 미국 일부 지역에서 레벨3 차량을 판매·운행 중이다. 글로벌 제조사들은 2030년 이후 점진적 확산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27년까지 레벨4 승용차 출시를 목표로 잡았지만 완전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5는 2035년 이후가 돼야 본격 상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승용차 자율주행은 미국 국제자동차공학회(SAE)의 기준에 따라 총 6단계(레벨0~5)로 나눠진다. ▲레벨0(비자동화)은 운전자가 모든 조작을 담당하고 ▲레벨1(운전 보조)은 차선 유지 또는 속도 조절 중 한 가지를 보조하며 ▲레벨2(부분 자동화)는 차선 유지와 속도 조절을 동시에 보조한다. ▲레벨3(조건부 자동화)는 특정 조건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주행하지만 ▲레벨4(고도 자동화)는 특정 운행 조건에서 차량이 주행을 전담하며 ▲레벨5(완전 자동화)는 주변 환경과 상관없이 모든 운행을 차량이 자율적으로 처리한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