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앞으로 10년 내 의료와 교육을 비롯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북대가 인공지능 분야 인재 양성과 지역 산업 육성을 위해 AI대학 설립에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지역거점 국립대인 경북대의 AI대학 설립은 정부의 AI 육성 정책에 부응하고 글로컬대학 사업을 통해 연구중심대학 전환 모델을 제시하는 동시에, 지역 산업 육성과 연구 혁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됐다.AI대학의 핵심은 학과 집적화와 융합형 교육 시스템 구축이다. AI 관련 학과와 대학원을 중심으로 융합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양한 학문 분야와의 융합을 위한 통합 학사 구조를 설계할 예정이다. 경북대는 현재 다양한 AI 관련 학과와 대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AI대학 설립을 통해 이들 역량을 집약하고 교육과정을 정비해 AI 교육과 연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경북대 정순기 연구부총장은 "이번 AI대학 설립은 교육과 연구 역량을 집약해 지역과 국가의 AI 경쟁력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 산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대한민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경북대의 AI대학 설립 추진은 `AI 퍼스트(AI First)`에 적극 부응하는 빠른 행보로 보인다. 세계는 지금 보이지 않는 AI 전쟁이 한창이다. 실질적인 과학기술 세계대전이다. 미국·중국의 국가 간 전쟁에다 각국 과학기술 기업 간 치열한 AI 전쟁이 더욱더 심해지고 있다.AI 대세 시대를 맞아 사회 각 분야는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기업과 정부, 학계는 전략과 운영 전반에서 인공지능을 핵심에 두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삼성 등 주요 기업들은 AI를 모든 기술 로드맵의 중심에 배치하고 있다. AI는 더 이상 부가적 기술이 아니라 산업 전반을 이끄는 구조적 전환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았다.생성형 AI의 확산은 이러한 변화에 불을 지폈다. 챗GPT 등은 텍스트, 이미지, 영상, 코드 생성까지 가능하게 하며 일반 사용자들도 콘텐츠 생산자, 작가, 예술가로 활동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창작은 일부 전문가의 영역에서 벗어나 누구나 기술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노동시장도 AI에 의해 급변하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는 빠르게 대체되고 있으며, ‘AI와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이 핵심 역량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트레이너, AI 윤리감시자 등 신직업이 출현하고 있으며, AI는 도구를 넘어 협업의 파트너로 떠올랐다.대학교육에서는 AI 도구를 활용한 학습과 연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가 결합한 새로운 학습 방식이 나오고 있다. AI는 이제 기술을 넘어, 인간의 사고와 일상, 사회 구조 전반을 재구성하는 문명적 전환의 중심에 있다.MS는 지난 6월말 의료 진단 AI 모델 ‘MS AI 진단 오케스트레이터(MAI-DxO)’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새 모델은 5개의 AI 에이전트(비서)가 각각 의사 역할을 수행하며 환자의 질병을 진단한 뒤 서로 논의 과정을 거쳐 치료 방안을 결정한다. MS 측은 AI 모델은 인간 의사와 비교해 진단 정확도가 4배 이상 높고 비용은 훨씬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I가 의사 업무 보조를 넘어 의사라는 직업을 대체할 가능성까지 대두되며 AI의 일자리 대체가 의료계로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나아가 AI가 진료 내역 자동화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분석 등 기존 의사의 업무를 효율화하는 것을 넘어 의사라는 직업을 대체할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진단 AI가 상용화돼 의료 현장에 실제 투입되면 기존 의사 업무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가 실제 의료 진단에 직접 관여할 경우 의료 사고에서의 책임 소재 문제 등 윤리적·법적 논쟁도 나올 전망이다.일각에서는 아직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MS도 해당 모델 개발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해당 기술이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고 임상 환경에 적용할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임상에 AI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특정 약물 등에 대한 환자의 내성과 의료 기구 가용성 등 여러 변수가 고려돼야 한다. 이에 따라 국내 대학 선호도 1위가 의대에서 AI대학으로 서서히 옮겨갈 전망이다. 지난 7월 22일 저장일보와 정관신문 등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AI 열풍`으로 중국 주요 도시 명문 대학들의 경우 AI, 컴퓨터공학, 전자공학 등 첨단 분야에 고득점자들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해 임상의학 전공, 즉 의대 진학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떨어졌다고 중국 매체는 전했다.저장일보는 "최근 2년간 의대생도 취업하기가 어려워지고, 의대는 공부 기간이 길고 업무 강도가 높아 기피하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AI, 테크 분야의 기업가와 연구자들에 대한 직업적 선망이 생겨나면서 이러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글로벌 기업들이 박사급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면서 학계에서는 ‘두뇌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AI 시장이 고액의 이적료와 연봉을 내세워 간판스타를 영입하는 프로 스포츠 시장과 비슷해지고 있다고 분석이다. 최근 연봉 1000억원대로 치솟은 ‘S급’ AI 인재의 몸값은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대우를 받는 선수들의 연봉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미국의 AI 박사들은 졸업 후 바로 100만달러(한화 약14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퀀트 연구원’으로 채용되는 경우도 많다. 앞으로 `의치한약수` 앞에 `인`(인공지능)이 붙어 `인의치한약수`(AI대·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수 있다. 『교육개혁은 없다』 저자 박정훈 교사는 "서울에 명문 사립대들이 몰려있는 조건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설계하는 것부터 어렵겠지만, 설사 설계해서 강행한다고 해도 지금 학생들이 겪고 있는 교육 경쟁, 사교육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치열한 입시 경쟁은 서울대를 향한 경쟁이 아니라 ‘의치한약수’ 경쟁이기 때문"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의치한약수’는 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의 머리글자다. 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고용이 불안정해지면서 대학 선택의 기준이 달라졌다. 대기업에 취직해서 이사(理事)까지 올라가더라도 50대면 옷 벗고 나와야 하는 현실에서 70대까지 일할 수 있는 전문직 자영업이 최고로 선망하는 대학이 됐다. 전국 40개 의대를 다 채운 후 서울대 공대 지원이 시작된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된 `7세 고시`, `4세 고시` 모두 서울대가 아니라 의대가 목표다.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