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부대 후문에 송두리째 잘려나간 벚나무를 보고 한참 말을 잃었다. 어떤 이유로도 설명 불가라는 결론밖에 나지 않는다. 무엇이 소중하고 기억해야 할지도 모르는 관의 판단에 적잖은 실망을 감출 수 없다. 지난 봄 난 아내와 함께 왜관 미군부대 후문에 만개한 벚나무 꽃구경을 하기위해 밤나들이를 갔었다. 삭막한 이곳에 피어있는 벚나무는 이곳이 긴장과 경계의 지역에 위치한 꽃이라는 걸 잊게 했다.
호국의 고장 왜관! 6·25의 치열한 마지막 방어선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했고 그것을 기억하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고장이다. 역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장에서 옛것을 함부로 여긴다면 과연 앞뒤가 맞는지 궁금하다. 모진 비바람과 아픔을 바라보고 서 있는 벚나무가 마치 우리를 위로하듯 서 있는 그 벚나무가 무지로 잘려 나갔다.
보도블록 재료를 쌓아 놓은 걸 보니 인도를 정리하는 것 같았다. 개발과 변화라는 걸 빌미로 옛것을 하찮게 여겨 후회한 적이 얼마나 많았는가. 독일의 건축허가 기준에는 정원과 나무와 꽃을 어느 정도 확보해야 허락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 소유의 나무라도 함부로 나무를 자르거나 옮기는 것도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만약 독일이나 다른 선진 문화를 지향하는 나라였다면 적어도 그 나무를 확보하고 인도를 공사했을 것이다. 쉽게 공사하기 위해 잘랐는지, 아님 누구를 위한 공사인지 궁금하다. 더더욱 근처 공사가 끝난 곳에는 가로수를 심어 놨다. 그렇지 않아도 삭막한 도시환경인데 있는 것도 없애는 생각은 또 무엇일까? 그곳은 인도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곳이다. 가로수가 없으니 더더욱 주차는 인도를 점령하고 있다. 인도인지 주차장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행정을 하는 사람의 사고가 의심스럽다. 내가 왜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싫어졌다. 더더욱 이렇게 잘려 나가도 누구하나 말하지 않는 주변이 더 실망스럽다.
왜관은 공원이나 사람이 휴식할 수 있는 도심 공간이 부족한데 예전의 역사는 소중하게 여기면서 오래된 나무를 자른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 벚나무가 잘려 나가기 전 칠곡군은 누구와 상의했고 결정했을까! 관이 계획하고 실행하면 시민은 무조건 바라만 보고 있어야하나! 특히 자연이나 생태계를 결정짓는 일은 적어도 서로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 않나! 좀 더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판단은 누구의 판단일까. 지역특화니 관광사업이니, 목적사업이니 하는 것도 환경이나 히스토리를 무시한 사업이 있었던가!
외국의 사례를 봐도 옛것이 재구성되고 해석되어 새로운 관광자원이나 도시생태계로 자리잡은 예를 수차례 바라보았는데도 여전히 소홀하게 여기는 무지는 무엇으로 해석 되야 하나!
이유를 떠나 대충 봐도 지름 80cm정도면 100년은 넘었을 벚나무가 잘려 나간 건 화가 난다. 일제가 우리나라를 침략하여 진해에 군항을 건설하면서 도시 미화용으로 심게 된 것이 효시로 해방 직후 벚나무가 일본의 국화라고 잘못 알게 된 시민들은 일제의 잔재라고 하여 벚나무를 마구 제거하여 종적을 감추게 되었다.
그 후 1976년 4월 진해를 방문한 대통령께서 진해를 세계 제1의 벚꽃도시로 가꾸어 보라는 지시로 민·관·군의 범시민 운동으로 벚나무 심기 운동을 전개한 결과 현재는 34만여 그루의 벚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그리하여 지금에는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도 했었고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도 산벚나무로 만들어 졌다.
일본 국화로 (잘못) 알고 있는 사쿠라(일본은 國花가 없다)는 원래 원산지가 우리나라인 벚나무다. 환경호로몬이니 이상기후니 하는 것도 숲이 사라지고 탄소가 늘어나면서 밸런스가 무너진 거 아니었나?
테오 콜본의 책 `도둑맞은 미래`에서 말한다. 자연은 관대하지 않다. 인간이 저지른 만큼 반드시 되돌려 준다는 경고를 쉽게 생각한다면 그 결과는 우리가 느낄 것이다.
한번 잘려나간 무지를 어찌하겠는가! 적어도 앞으로는 도시환경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살아가야할 환경이 어떠해야하는지 한번 더 깊게 생각하고 고민하여 결정되기를 바란다.
/칠곡군청 홈피 민원상담실 방극만(칠곡군 왜관읍 거주)님 민원
◆칠곡군 "벚나무 식재상황에서 인도 정비 어려워"
칠곡군 도시계획과=미군부대 후문 주변 인도 등의 심한 요철로 인한 통행불편 및 안전사고의 위험 등이 있어 가로환경정비를 요구하는 주민건의 및 민원이 계속되어 검토 결과 천근성인 수십년된 벚나무가 식재된 상황에서는 인도정비가 도저히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어 추진을 보류해 왔다.
그러던중 2013년 지역주민대표 및 주민들의 건의로 벚나무를 제거후 인도블록을 교체하고 추후 수형이 좋은 벚나무(5년생 정도)를 식재하는 방식으로 인도정비를 시행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리며 최대한 빠른 시일내 공사를 마무리하여 귀하외 지역주민들이 생활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