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은 인센티브 몇조 원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넘어설 실질적 자치분권이 빠진다면 앙꼬 없는 찐빵에 불과하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광역 행정통합을 국정 과제로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가운데,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중앙정부 주도의 ‘속도전식 통합’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대전·충남, 광주·전남 통합 논의에 탄력이 붙는 동시에, 대구·경북(TK) 행정통합 역시 새로운 정치적 긴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광역단체 통합을 하면 연간 최대 5조 원, 임기 내 통합 시 최대 20조 원까지 지원할 수 있다”면서도 “여러 지역이 한꺼번에 추진하면 재정에 충격이 올 수 있다”며 ‘순차 추진’ 필요성을 언급했다. 통합의 당위성은 인정하되, 재정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발언의 무게중심은 충남·대전과 광주·전남에 먼저 실렸다. 이 대통령은 “광주·전남은 확실하게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고, 충남·대전에 대해서도 “반대 기류가 있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 대해서는 “갑자기 다 하겠다고 하면 수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이러한 발언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는 TK 행정통합이 정부 정책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충청·호남권이 구체적인 출범 시점과 법제화 논의를 앞세워 ‘선도 그룹’으로 부상한 반면 대구·경북은 통합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으나 중앙정부를 설득할 정치적 동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이다.이런 가운데 충청권에서는 오히려 통합의 ‘내용 부실’을 문제 삼는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지난 21일 대전시청에서 회동하고 공동 성명을 통해 “중앙정부가 특례와 예산을 나눠주는 종속적 지방분권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 시도지사는 “행정통합의 핵심은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이지, 한시적 재정 인센티브가 아니다”라며 중앙의 재정·규제 권한 이양을 특별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태흠 지사는 “4년간 5조 원씩 지원하는 인센티브는 선심성 대책에 불과하다”며 “양도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 국세 일부를 통합 자치단체가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장우 시장 역시 “정부와 민주당이 ‘5극 3특’ 공약의 쇼케이스를 만들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실질적 자치분권이 빠진 법안이라면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비판했다.이들의 문제 제기는 대통령 발언 이후 가속화되는 행정통합 논의가 ‘속도’에만 치우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통합특별시라는 명칭과 위상만 제시된 채 조직·인사권, 국세 배분, 규제 완화, 공공기관 이전 등 실질 권한이 빠질 경우 통합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대구경북 행정통합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대구경북특별시 설치 및 한반도 신경제 중심축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이 지난 1월 30일 발의됐다.이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번달 임시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하면 오는 6·3 지방선거에서 기존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대신 통합 광역단체장 1명을 선출하게 된다. 오는 7월 대구경북특별시가 출범할 전망이다.법안 주요 내용은 ▶대구경북특별시의 설치·운영 ▶자치권 강화 ▶교육자치 ▶한반도 신경제 중심축 조성 등이다. 국민의힘 경북도당·대구시당 위원장인 구자근·이인선 의원은 이날 국회에 이 특별법안을 제출했다.법안을 대표발의한 구자근 의원(구미)은 “이번 특별법은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을 넘어 지방정부 권한 구조를 재편하는 국가적 프로젝트”라며 “대구·경북을 수도권에 대응하는 제2 성장축, 한반도 신경제 중심축으로 육성하기 위한 국가 전략”이라고 밝혔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어느 지역도 소외되지 않고 누구도 손해 보지 않는 더 잘사는 대구경북을 위해 통합이 되어야 한다"며 "대구경북의 모든 지역이 균형발전 되고 자치권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시도민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는 통합을 반드시 실현해 내겠다"고 말했다.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수도권 대비 비수도권의 불평등한 구조는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발전에 걸림돌이 되면서 많은 국가적 난제를 낳아 왔다"며 "이러한 판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정책인 행정통합은 지금이 적기"라고 밝혔다.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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