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17개 시·도에서 수차례 선거가 치러졌지만, 유권자 무관심과 제도의 부작용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2024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다. 투표율은 23.5%에 그쳤고, 사전투표율은 8%대에 불과했다. 주요 후보와 정책 공약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선관위 주관 토론회조차 제대로 열리지 못했으며, 네거티브 공방만 난무했다.이러한 ‘깜깜이 선거’를 치르는 데 투입된 세금은 565억 원에 이른다. 학생 교육에 쓰여야 할 재원이 유권자조차 후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선거에 소모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제는 유권자 인식이다. 매번 치르는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누가 출마했는지, 어떤 교육 철학과 정책을 갖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투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 “공천 받는 후보가 당선되겠지”라는 말이 선거 때마다 반복되지만 정작 교육감 선거에는 정당 공천 자체가 없다.이러한 무책임한 인식은 교육감 선거가 얼마나 정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당 선거처럼 인식되지만 정당 책임은 없고, 정책 검증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는 구조 속에서 ‘깜깜이 선거’는 고착화되고 있다.특히 시·도 행정구역 통합에 교육 분야까지 포함될 경우 지금보다 더 광역화되는 ‘깜깜이 교육감 선거’는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행정통합이 이뤄지면 통합 시·도에서는 교육감 1명만 선출하기 때문이다.광주·전남 지역을 비롯해 일부 권역에서는 이미 통합 단체장과 함께 통합 교육감 선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0일 발의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이 2월 임시국회를 통과할 경우,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통합특별시장과 통합특별시교육감이 동시에 선출된다.통합 이후에는 광역화된 교육 행정을 총괄하는 교육감 1명과 부교육감 3명 체제가 유력하다. 문제는 행정구역이 넓어질수록 유권자와 후보 간 거리는 더 멀어지고, 후보 검증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이미 ‘깜깜이’가 된 교육감 선거가 초광역 단위로 확대되면 유권자의 관심과 책임감은 오히려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지난 21일 경북도청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관련한 교육 분야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이날 면담에서 양측은 행정통합 추진 과정에서도 교육자치의 독립성과 교육의 공공성이 흔들림 없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임종식 교육감은 “교육자치는 경북 교육정책의 핵심 가치이며, 통합 추진 과정에서 반드시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이철우 도지사는 교육 분야는 전국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임을 언급하며, 향후 교육부 및 다른 시도와의 협의를 통해 전국적 기준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양측은 또한 특별법 제정 단계에서 교육자치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교육청 권한과 책임,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의 참여 구조를 명확히 유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전국 17개 시·도교육감들은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 교육계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회장 강은희 대구시교육감)는 지난 29일 제106회 총회를 열고, 초광역 행정체제 통합 추진에 따른 경과와 쟁점을 교육의제로 집중 논의한 뒤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날 총회에는 전국 시도교육감과 교육청 관계자 등 약 200명이 참석했다.특히 “교육은 행정통합의 부속물이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교육감협의회는 입장문에서 "행정통합은 현 체계를 변화시킬 동력이 될 수 있지만 교육청과 교육공동체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면 교육자치의 본질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또한 대전·충남, 광주·전남, 대구·경북 등 권역별 행정통합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현행 특별법안의 교육 관련 규정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재정 문제는 교육감들이 가장 중점적으로 제기한 사안이다. 협의회는 "초광역 행정구역 통합은 교육 격차 해소와 통합 교육 인프라 구축이라는 막대한 재정 수요를 필연적으로 동반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통합 이전 수준의 예산 보장에 그칠 것이 아니라 통합특별시 교육의 질적 도약을 위한 `통합특별교육교부금`의 별도 신설과 법적 명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정적인 재정 기반 없이 추진되는 통합은 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협의회는 "교육장은 지역 교육을 총괄하는 핵심 직위로 높은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필수적"이라며 "개방형 공모직 전환이나 권한 위임 확대는 교육행정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노출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장의 자격과 임용 기준은 현행 법령의 취지를 존중하고 교육공동체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통합특별시 출범으로 행정 구역이 대폭 확대되는 점을 감안해 부교육감 직제의 현실화도 촉구했다. 협의회는 "대도시의 과밀학급 문제와 농어촌의 학령인구 감소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며 "부교육감 수를 최소 3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지역 교육 실태를 잘 이해하는 지방공무원 임용 기준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