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에 직면한 미국과 유럽은 원자력 발전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탈원전`을 고집해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데다 전기요금 인상 등이 우려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센터 등에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니 원전을 짓자고 하는데 기본적인 맹점이 있다. 원전을 짓는 데 최소 15년이 걸리고 지을 곳도 지으려다가 중단한 한 곳 빼고는 없다"고 말했다.이어 "지금 시작해도 10년 지나 지을까 말까인데 그게 대책인가? 안전성 부지가 있으면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 1~2년이면 되는 태양광과 풍력을 대대적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에 대해 한전 전력연구원장으로 근무했던 박상덕 공학박사는 "문재인의 탈원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원전을 에너지 믹스의 축으로 사용하겠다는 말을 뒤집은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후쿠시마 사고 사망자 1368명과 같은 수준의 거짓 발언이다"라고 주장했다.박상덕 박사는 "실제로 원전 건설 소요 기간은 7~8년이다. 문재인 정권이 인허가를 방해해서 전체 기간이 길어진 적은 있지만 그것은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전 대세의 외국 사례를 제시했다. 미국은 현재 100GW 원전 용량을 400GW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효과적 추진을 위해 국방 및 인공지능 인프라 연계, 규제 절차 간소화 및 허가 기간 단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오래전에 원자력을 청정에너지에 포함해 저리 융자로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벨기에·스웨덴·체코·헝가리·폴란드·불가리아·슬로바키아 등이 대형 원전은 물론 소형모듈원전을 건설할 예정이다. 유럽연합은 현재 98GW의 원전 용량을 144GW까지 늘리는 야심찬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일본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멈췄던 원전 재가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력의 20~22%를 원자력으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원전 수명 연장과 신규 건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은 2024년 말 기준 113GW의 원전을 가지고 있으며 2050년까지 400-500GW 규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안전 규제, 연료-원자로 기술 수출, R&D 진흥,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령 개정안을 지난 9월 12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승인했다. 특히 미래 경쟁력인 4세대 원자로, 핵융합 등에서는 무서운 속도를 내고 있다.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14일 산업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태양광 설비에 집행된 보조금은 291억원에 달했다. 2019년 중국산 태양광에 집행된 보조금 29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5년 만에 10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전체 태양광 보조금에서 중국산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9년 5%에서 지난해 15%로 급등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중국산 태양광에 집행된 보조금은 100억원으로, 전체 보조금에서 16%의 비중을 차지한다.중국조차 태양광 발전에서 원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데 우리라나는 왜 중국을 위한 정책을 주도하려는지 안타깝다고 박 박사는 밝혔다. 이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도 우려된다. "원전은 kWh당 60원에 생산하고 태양광은 3배 정도 높다. 이미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으로 한전은 200조원대 적자 늪에 빠졌다. 국민이 부담하는 태양광 보조금으로 중국 제품을 구입하니 중국 태양광 산업만 배불리고 있다"고 박 박사는 지적했다.탈원전 정책을 추진할 경우 전기요금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와 산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원자력 발전을 줄이고 LNG나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발전 단가가 높아져 한전의 전력 구매 비용이 늘어나고, 이는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 등의 경우 탈원전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과 요금 폭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태양광 확대 과정에서 값싼 중국산 저질 모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업계는 국내 기업 보호책 없이 재생에너지 확대가 추진될 경우 산업 기반이 무너지고 중국 업체들만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경고한다.태양광 발전은 친환경 에너지로 알려져 있지만 산림 훼손과 난개발, 토사 유출 등 환경 파괴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수명이 다한 뒤 발생하는 폐패널 처리 문제도 심각하다. 납과 카드뮴 등 유해 중금속이 포함된 패널이 매립이나 소각될 경우 토양·지하수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그러나 국내 재활용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토 면적과 일사량(日射量) 조건이 불리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태양광 발전 확대는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 원자력 발전은 태양광과 풍력처럼 기후나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24시간 내내 안정적으로 대량의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환경보호와 탄소중립을 내세운 의지가 분명하다. 그러나 AI 시대의 전력 수요 급증에 부응해 원전 확대에 나서는 국제적 흐름과 대비되면서 미래 전력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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