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13일 실시하는 전국 시·도교육감 선거가 여전히 `깜깜이 투표`가 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개선이나 폐지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감선거는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 선거와 동시에 실시하지만 선거구가 시·도 단위로 광범위해 해당 지역에서 어느 정도 검증을 거쳐 인지도가 있는 시장·군수-지방의원 후보와는 달리 누가 누구인지 모르고 투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의원 11명은 지난 2월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러닝메이트 선거방식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과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최근 전남일보 기고를 통해 개정안의 배경과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첫째, 이번 개정안의 요지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행처럼 `깜깜이 선거`로 교육감이 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교육감 후보자가 시·도지사 후보자와 공동으로 출마해 유권자의 직접적인 선택을 받도록 제도를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둘째, 잘 알려진 것처럼 현행 깜깜이 직선제 도입 이후 비리로 낙마한 교육감이 부지기수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일반 유권자들에게는 인지도가 매우 낮고, 막대한 선거비용을 정당 보조가 아니라 후보자 개인이 충당하다보니 부정과 비리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셋째, 더 큰 문제는 현행 교육감 선거가 정당공천과 같은 최소한의 검증조차 없어, 후보자가 난립한 가운데 유권자들의 선택이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 깜깜이 직선제로 교육감을 연임했던 양성언 전 제주교육감도 "유권자들 상당수가 교육감 후보를 잘 모르고 투표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제한적 직선제`가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이다.
넷째,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이념과 성향에 따라 서로 대립하고 갈등관계에 있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과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교육감 후보자와 시·도지사 후보자가 러닝메이트로 출마할 경우 상호 철저한 검증을 통해 동반출마를 하게 되고 당선 이후에는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를 유기적 관계로 발전시키는 시너지를 발휘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순기능도 극대화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교육감을 현행 제도로 선출해야만 지방교육자치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일본, 영국, 독일, 북유럽 국가들은 모두 지자체장이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10여 년 전 미국 워싱턴DC의 교육개혁을 이끌며 타임지 표지모델로 선정되었던 한국계 교육감 미셸 리(Michelle Rhee)는 선출직이 아니라 시장이 임명한 교육감이다.
물론 교육감을 임명제 방식으로 후퇴시키는 안에는 분명히 반대한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교육감을 뽑을 수 있는가`에 공론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는 점이다. 차제에 개정안과 관련해, 국가 백년대계로서 실질적인 교육자치 방안에 대해 더 깊고 진지한 논의의 장을 기대하면서, 차분하고 냉철하게 제도개선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 지역 교육단체 등에서는 이 개정안이 `교육감 직선제 폐지 법안`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으나 교육감 직선제 폐지가 아니라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러닝메이트 선거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러닝메이트 선거방식도 문제가 있다. 경북을 비롯한 자유한국당의 텃밭에서는 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시·도지사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시·도교육감 후보도 동반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불어민주당의 아성인 호남지역은 역시 민주당 후보가 시·도지사와 시·도교육감이 함께 당선되기 쉬울 것이다. 시·도지사도 출마 지역을 지배하고 있는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 그런데 시·도교육감조차 같은 정당 러닝메이트로 동시에 당선되면 지역구 국회의원,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지방의원, 교육감 등 선출직 모두가 특정 정당 소속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같은 지역 같은 정당의 시·도지사와 시·도교육감이 특정 정당의 이념과 정책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에 이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예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정지역 교육감의 이념에 따라 교육정책이 각각 다르고, 교육부를 비롯한 중앙부처와 엇박자를 일으키는 등 문제점 때문이다. 학생, 학부모 등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위해 도입한 교육감 직선제가 오히려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는 데다 교육감과 주변 인사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도 폐지의 근거로 지적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교육감 직선제 폐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교육혁신안을 당에 제안한 바 있다. 바른사회운동연합과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지난달 12일 `교육감의 조건, 이 시대 우리에게 어떤 교육감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2018 교육개혁 세미나`를 가졌다. 천세영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감 선거제도의 모순과 교육 정치화 심화로 교육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 오는 2022년부터는 간선제로 전환하고 지방의회 동의를 거쳐 지방자치단체장이 추천한 인사를 대통령이 교육감으로 임명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시·도 교육정책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교육감의 권한은 막강하다. 막대한 예산 편성권과 인사권, 각종 인·허가권은 물론 조례안 제출을 비롯한 각종 교육정책에 대한 결정 권한을 모두 쥐고 있다. 누가 교육감이 되느냐에 따라 그 지역의 교육과 교육여건이 확연히 달라지기 마련이다.
요컨대 후보가 누가 누구인지도 제대로 모른 채 실시하는 `깜깜이 투표`에 의해 당선되는 교육감은 투표권을 가진 교육 수요자가 원하는 대로 교육정책을 펼치는지, 교육감 개인의 이해(利害) 관계에 따라 편향된 자치권을 악용하는지 당선 후에도 `깜깜이`로 계속 가고 있는 현실이 암울할 따름이다.
이성원 편집국장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