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천면 신동초등학교 입학생이 한 명도 없어 수십년 동안 존속해온 현행 초등학교 학구제(學區制)를 일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약목면 관호리 삼주·성재아파트 입주민 380여명은 기산면 소재 약동초등학교로 학구가 지정, 자녀들이 약목면 관호초등학교에 들어갈 수 없다며 이곳을 자유학구로 지정해 줄 것을 칠곡교육지원청에 건의했다.
이들 학부모의 건의 내용은 행정구역이 거주지와 같은 약목면 관호리 관내인 초등학교로 입학하는 것은 당연하고, 통학거리도 약동초교와 관호초교가 비슷하다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부여, 수요자 중심의 교육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북삼읍 어로리 삼주아파트에 사는 어린이들도 인근 숭산초교보다 먼 거리인 북삼초교를 다니는 불합리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칠곡교육청 관계공무원은 "학구는 통학거리를 감안한 학생편의와 학생 수용인원에 따른 학급편제 등을 종합해 교육장이 최종 결정한다"며 "향후 개발계획 등으로 획기적인 학생수용의 변화가 있을 경우 학구조정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규 아파트 학구의 경우 학생수용과 학급편제가 유리한 대규모 초등학교(북삼초등·약동초등)를 우선 지정한 결과 숭산초등·관호초등 같은 소규모 학교는 점점 작아져 교육계도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현상이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올해 전교생수는 북삼초등 894명, 약동초등 247명, 관호초등 54명, 숭산초등 50명이다.
시·도와 시·군의 행정구역과 관할 교육청이 다른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있다. 칠곡군 북삼읍 인평4·5리, 인평14·15리에 사는 어린이들은 구미시 오태초등에, 경북 칠곡군 지천면 낙산리 23통·낙산2리 24통 어린이들은 대구시 북구 태전동 태현초등에 각각 다니고 있다.
일각에서는 농촌학교를 위한 `부분 자유학구제`를 도입해 도시의 과밀학급과 농촌의 폐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용생 제2대 신동초등 운영위원장은 "지천면 소재지 학교인 신동초교가 올해 입학생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1922년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참담한 일로 오죽했으면 초등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80세 이상 할머니가 신동초등을 입학해서라도 신입생 0명을 면해보겠다는 고육지책까지 거론됐겠느냐"고 토로했다.
박용생 전 운영위원장은 "지천면과 가까운 대구지역 아동들이 신동초교 등에 입학할 수 있도록 도시-농촌간 부분 자유학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칠곡지역 자유학구가 필요한 초교는 구미시 인근의 가산면 학하리 학림초등(전교생 64명), 가산초등(29명)과 대구시 인근의 동명면 기성리 동명동부초등(66명) 등이다.
또 학생수가 급감한 낙산초등(44명)과 매원초등(56명) 등 작은 학교는 아파트단지 조성으로 학생수가 많은 왜관동부초등(574명)과 왜관초등(693명)의 일부 지역을 자유학구로 풀어 학생수 늘리기를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대도시 학생들이 농촌학교로 옮겨가는 이유는 도시에서 불가능한 다양한 교육 활동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촌학교에서는 직접 텃밭을 가꾸는 등 자연과 함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당국의 예산도 지원 받아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또 농촌 초등학교는 급식비와 방과후 수업료가 무료이고, 학생수도 적어 교사들이 세심한 지도를 할 수 있다.
칠곡지역 교육계 관계자 이모 씨는 "이같은 장점을 살리면 도시와 농촌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며 "저출산과 도시학교 진학 등으로 갈수록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지역 중·고등학교도 지역실정에 맞게 대구·경북 단위나 전국으로 부분 자유학구제를 점차 확대, 학생과 학부모 수요자 중심의 교육정책을 펼쳐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고교 자유학구제가 점진적으로 정착돼 가면 대도시로의 초등학교 전학과 인구 유출 등도 막을 수 있어 낙후된 농촌의 발전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성원 편집국장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