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백선기 군수의 취임 당시 칠곡군의 채무는 715억원으로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약21%로 전국 82개 군부(郡部) 중 1위였으며, 군부 평균인 5.8% 보다 무려 3.6배 높았다. 또 주민 1인당 채무는 60만원으로 군부 평균보다 2배 높았다. 특히 부채에 대한 이자로만 연간 30억원 정도가 나갔을 뿐 아니라 농협과 대구은행 등 시중 금융기관에서 빌린 6%대의 고금리 금융채까지 보유하고 있어 이자부담에 대한 재정손실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로 인해 칠곡군은 행정안전부로부터 ‘재정 불건전단체’로 지정되어 국·도비 지원예산 확보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칠곡군이 시로 승격되면 시청사와 시의회 청사, 문화예술회관, 체육관 건립 등으로 일시에 대규모 재정적 부담이 불가피하기에 시 승격 준비의 일환으로도 채무상환은 반드시 필요했다. 이에 칠곡군은 2012년부터 이자율이 높은 채무부터 빚을 갚기 시작해 마침내 지난달 715억원 이르던 채무 중 군비로 갚아야 할 711억원을 모두 상환해 사실상 채무제로를 달성했다. 지방채무 조기상환으로 이자비용 81억원도 절감하게 됐다. 칠곡군은 채무상환에 필요한 재원마련은 알토란 같은 군유재산을 매각하거나 군수관사 매각, 고질체납세 징수, 일회성 행사·낭비성 예산 감축, 경상경비 절감, 선심성 보조금 관리강화 등을 통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꼭 필요한 사업을 포기하고 남은 예산으로 채무를 갚았다는 지적은 이같은 칠곡군의 자구책과 피나는 노력을 무시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나아가 백 군수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차기에 누가 군수가 되든 빚 없는 상태에서 주민숙원사업 등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건전한 재정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칠곡군의 채무제로를 감행했다고 군 관계공무원은 강조했다. 백 군수가 빚 잔치로 선심성 사업을 마구 벌여 얻을 수 있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내가 변하면 조직이 변한다. 백선기 군수는 "내가 변해야 조직과 칠곡이 변한다. 더 큰 것을 잡으려면 손에 움켜 쥐고 있는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자신의 기득권부터 포기하며 채무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를 위해 2013년 5월 칠곡군수 관사(왜관 삼성아파트)를 감정평가와 한국자산관리공사 공매시스템을 통해 매각한 바 있다. 군수 관사 매각을 통해 월 60만원 지출되는 관사 운영비까지 절감할 수 있게 돼 현재까지 3천만원 정도의 비용도 아낄 수 있었다. 관사 매각을 통해 채무상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대내외에 드러내자 공직사회 전반에 경상경비 절감 분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하며 공직자들도 채무상환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백 군수는 현재 왜관읍 무성아파트를 임차해 거주하고 있으며 관리비 또한 일체 칠곡군 예산 지원 없이 직접 부담하고 있다. ◆왜 칠곡군수만 항공기 일반석에 칠곡군은 산업단지 조성이 활발해 경북도 군부에서는 유일하게 해외 시장개척단을 운용하고 있다. 또 새마을 세계화 사업과 칠곡 평화마을 조성으로 공직자의 해외출장이 빈번한 편이다.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은 공무에 따른 해외 출장시 1등석(퍼스트 클래스)과 비즈니스석를 많이 이용한다. 시장·군수는 비즈니스석 이용이 보편화돼 있다. 그러나 백 군수는 비용 절감을 위해 비즈니스석이 아닌 일반석(이코노미 클래스)을 고집하고 있다. 비즈니스석이 일반석보다 2~4배나 비싸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베트남에서 열린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공항 출국 비행기에서 백 군수의 이코노미석 이용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송윤택 재경칠곡군향우회장은 "다른 시장·군수들은 비즈니스석에 계시는데 왜 칠곡군수만 이코노미석에 계시냐"고 묻자 백 군수는 "칠곡군 빚을 다 갚을 때 까지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송 회장이 "이런 좋은 일은 칠곡군민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에 연연했다면 애당초 시작도 하지 않았다 골프장이 우후죽순 개장하면서 경기불황과 운영난이 겹쳐 칠곡군 왜관읍 소재 S골프장은 2012년 이후 체납한 재산세와 가산금이 군 전체 체납액 98억2천여만원의 51%에 해당하는 50억여 원에 달했다. 당시 칠곡군은 골프장 체납세로 인해 정부 교부금까지 삭감당하는 이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선출직의 입장에선 자신이 굳이 논란의 중심에 서거나 조직적인 반발과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피하고 싶어 하지만 백 군수는 채무상환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책임은 모두 자신이 질 것이니 기본과 원칙을 세워 대응하라며 담당 공무원을 독려했다. 노조와 골프장의 조직적인 저항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5년 7월 이후 4차례나 공매를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2016년 체납세 32억3천만원을 징수한 데 이어 지난해 4월 나머지 17억7천만원을 전액 징수하는 성과를 올렸다. 체납세가 많아 중앙정부에서 지자체에 내려주는 교부세 산정에서 많은 불이익을 받았왔던 칠곡군이 거꾸로 큰 폭의 인센티브를 받게됐다. 이는 백 군수가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체납세 징수와 함께 선심성 보조금을 줄이고 불필요한 행사를 축소해 채무상환의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선도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고 군은 밝혔다. ◆채무제로로 도약의 발판 마련 채무상환을 통해 재정건정성이 향상되자 각종 국비지원(보조) 사업과 공모사업의 유치가 활발해지면서 왜관3산업단지 진입도로(499억원 전액국비)를 비롯해 관호산성 정비(130억), 역사너울길(120억), 꿀벌나라테마공원(107억), 박귀희명창기념관(111억), 한미 우정의 공원(28억) 등 대규모 국·도비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 대규모 프로젝트사업은 그 동안 군비 부담에 따른 여력이 없어 추진하지 못했으나 채무제로를 계기로 채무상환 이전보다 더 많은 신규사업과 함께 박차를 가하게 됐다. 백선기 군수는 "칠곡군은 채무제로를 통해 대규모 국·도비보조사업을 적극 유치할 수 있게 됐고, 상환 이자에 대한 부담경감은 물론 향후 칠곡시 승격시 생기는 일시적 재정적 부담까지 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성숙 기자 9746002@hanmail.net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