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직원의 유가족에게 약속했던 장학금이 10년만에 지급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정시몬(53) 칠곡군립노인요양병원 이사장은 2008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칠곡군립노인요양병원 퇴근길에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조 모씨(당시 44세)의 부인에게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면 입학금 전액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고 지난 9일 이 요양병원에서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장학금을 지급했다. 이는 고인의 큰 아들 조원재(20) 군이 올해 대학에 입학하면서 10년만에 이뤄졌다. 10년 전인 2008년 11월 조 씨는 병원 근무를 마치고 차를 몰고 귀가하던중 트레일러와 충돌하면서 현장에서 숨졌다. 조 씨의 유가족으로 전업주부인 부인 이 씨(당시 42세)와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들이 있었다. 모아둔 재산도 고인의 이름으로 가입한 생명보험도 없어 생계가 막막했다. 설상가상으로 부인은 남편을 여읜 충격으로 반쯤 실성한 사람처럼 남편이 퇴근을 하지 않는다며 남편이 근무했던 병원으로 찾아가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남편 장례식을 치른 한 달 후 부인은 임신 사실까지 알게 됐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2주전에 생긴 아이였다. 남편이 생전에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딸이었다. 부인은 남편의 마지막 선물이자 남편이 부활한 것으로 믿고 어려운 형편에도 출산을 강행하기로 결심했다. 이러한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정시몬 이사장은 2009년 2월 이 씨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위해 두 형제가 대학교에 입학하면 입학금 전액을 지급하겠다는 장학증서를 갖고 이 씨를 찾아가 격려하며 일자리까지 권유했다. 이 씨는 임신 중이라 일자리는 포기했지만 그 날부터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가지게 됐다. 이 씨는 장학증서를 장롱 서랍 속 깊숙이 보관했다. 그 후 딸을 건강하게 출산하고 3남매를 위해 보험설계사의 길을 선택했다. 어린 자녀들에게는 아버지의 사고가 큰 고통이기 때문에 장학증서의 존재를 큰 아들이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비밀로 했다. 마침내 큰 아들 조원재 군이 경북대학교 입학이 결정되자 이 씨는 지난 10년간 장롱 서랍 속에 보관했던 장학증서를 꺼내 정시몬 이사장을 찾아갔다. 정시몬 이사장은 이 씨와 가족들을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입학금 298만원을 지급했다. 이 씨는 “힘들 때 마다 장롱 서랍 속에 있던 장학증서를 꺼내서 봤다. 장학증서는 남편의 빈자리를 지탱할 수 있는 큰 힘이 됐다”며 “10여년 전의 약속을 지켜준 정시몬 이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원재가 훌륭한 일꾼으로 성장해 받은 사랑을 세상에 돌려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시몬 이사장은 10년전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반듯하게 살아준 유가족들에게 오히려 감사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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