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4만4000여 점의 유물이 내년말까지 지방 국립박물관으로 대거 이관이 결정된 가운데 `칠곡 정도사조탑형지기`(淨兜寺造塔形止記·탑을 쌓은 내력을 적은 기록)도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25일 "중앙박물관이 갖고 있는 유물이 압도적으로 많고 질도 높다"며 "각 지방 국립박물관의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유물들을 이관해 관람객들을 끌어들이겠다"고 밝혔다.
이관 예상 유물로 보물 제1359호 ‘경주 감은사 터 삼층석탑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사리를 봉안한 공예품)’와 보물 제343호 ‘부여 외리 산수봉황 무늬벽돌’, ‘칠곡 정도사조탑형지기(淨兜寺造塔形止記·탑을 쌓은 내력을 적은 기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칠곡 정도사조탑형지기는 약목면 복성리 정도사지에서 발견된 오층석탑의 조탑기(造塔記)다.
정도사지 오층석탑(보물 제357호)은 칠곡군 약목면 정도사 터에 있었던 5층 석탑이다. 1905년 경부선 철도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석탑을 해체해 1924년 서울 경복궁으로 옮겼다. 그 후 1994년 국립대구박물관으로 다시 옮겼다. 2층 기단 위에 5층 탑신을 건조한 전형적인 일반형의 석탑이다.
신라 석탑의 양식을 이은 고려 초의 석탑으로 원래 5층이었으나 현재는 5층 지붕돌은 남아 있지 않고, 5층 몸돌 위에 노반만 올려져 있다고 국립대구박물관은 밝혔다.
아래층 기단 각 면에는 안상을 세 구씩 조각하고 안상무늬의 아랫부분에 귀꽃을 표현하여 장식미를 더하고 있다. 위층 기단 한 면에는 이 탑이 고려 현종 22년인 태평11년(1031)에 국가의 안녕을 빌기 위해 건립했다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탑 안에서는 형지기와 사리장치가 발견되었는데 형지기에는 이 탑의 이름과, 1019년부터 1031년에 걸쳐 상주계 경산부에 속했던 약목군의 향리와 백성들이 발원해 건립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탑 내부에서는 백지묵서(白紙墨書) 형지기, 녹유사리병(綠釉舍利甁), 2개의 동합(銅盒) 등의 사리 장치가 발견됐다.
형지기는 한자와 이두식이 병기된 형태로, 54행(行) 2천여자(字) 정도로, 고려시대의 고문서로서는 보기 드문 장편이다. 형지기의 제목은 "태평십일년세차신미정월사일고려국상주계지경산부사임약목군내손방재정도사오층석탑조성형지기(太平十一年歲次辛未正月四日高麗國尙州界知京山府事任若木郡內巽方在淨兜寺五層石塔造成形止記)"이다. 형지기에는 건탑의 인연(因緣), 시납(施納)의 상황, 공사의 사실 등이 기록되어 있다.
특히 고려와 거란의 외교 관계를 보여주는 자료로서 이두 연구에 중요할 뿐 아니라 고려 전기 지방 사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역사적 의의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칠곡 정도사조탑형지기`가 이관될 경우 정도사지 오층석탑이 있는 대구시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원소재지인 칠곡군으로 정도사지 오층석탑과 정도사조탑형지기 등을 되찾아 올 수 있는 가칭 `칠곡호국박물관`은 언제 건립될까?
이성원 편집국장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