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원마을은 조선시대 영남의 3대 반촌으로 학문과 예(禮)를 중시해온 유서깊은 전통마을이다.
안타깝게도 6·25전쟁 당시 북한군 제 3사단이 주둔한 매원마을에 300여 채의 한옥이 미군에 의해 무차별 폭파, 60여 채의 한옥만 남아 피해가 너무 큰 탓인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폐허로 60여 년 동안 방치돼 왔다. 그러던중 2011년 3월 매원마을 학술조사 연구의 필요성을 느낀 칠곡군은 주민과 협의해 호암문화유산연구원에 의뢰, 그 해 11월 조사 보고서가 나오게 되었다.
2012년 2차 조사연구 보고회를 가졌으며 2013년 최종 보고회와 연차별 사업계획을 모두 세웠다. 그러나 현재 매원마을은 모든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지금까지의 매원마을 전통복원 사업 실적을 보면 다음과 같다.
문화재사업으로는 마을 상매와 중매 마을 앞부분 일부 담장쌓기사업을 2년 동안 진행해 오다가 중단됐다. 관광개발 사업으로는 숙박체험을 하는 조건으로 6가구에 화장실과 목욕탕을 갖추는데 가구당 8000만원씩 지원됐다.
또 행정안전부에서 시행하는 소득사업(희망마을사업)으로 체험관과 연밭 조성사업에 9억원이 지원된 바 있다. 그러나 소득창출은커녕 한옥 주변 경관사업 위주로 진행, 현상유지조차 어려워 파산지경에 있다. 현재 매원마을에 시행하고 있는 세시풍속은 공모사업으로 경북과학대학교에서 주관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주민이 자부담 하는 사업까지 칠곡군에서 시공업체를 직접 선정해 시공하다 보니 대부분 주민들의 의향과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매원마을이 국가로부터 문화마을로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현재 감호당(경북도 문화재자료 제619호), 지경당(경북도 문화재자료 제620호), 진주댁(경북도 문화재자료 제646호), 해은고택(경북도 문화재자료 제275호) 등 4개 시·도지정문화재를 10개 이상으로 늘려야 신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동네에는 전통마을과 어울리지 않는 현대식 주택이 계속 들어서 앞으로 국가지정 문화마을이 되는데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이 된다.
현재 매원마을 고택숙박체험도 운영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곳 숙박체험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부족하고 역사적인 자료전시가 없어 한 번 오고 두 번은 오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태에서는 매원마을 한옥 숙박체험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본다. 2013년 계획한 주차장, 화장실, 담장, 길, 가로등, 유물전시관 등 공공부분은 물론 매원마을의 친환경 하천살리기와 담장 쌓기, 마을 둘레길 조성 등은 계속사업으로 시급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최근 영남의 3대 반촌인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 방문에 이어 칠곡 매원마을 박곡종택과 감호당을 들러보는 장면이 유튜브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자 매원마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백선기 칠곡군수, 박영근 문화재청 차장, 마을주민 등이 시종일관 이 총리와 함께 동행하면서 배산임수의 명당, 매원마을의 좋은 기운을 나눴다.
이상곤 박곡 15대 종손은 현종으로부터 하사받은 옥잔을 나라에서 보관해 달라고 이 총리에게 제안했다. 이후 문화재청 관계자가 박곡종택을 방문하자 박곡종택 측은 이 옥잔을 기탁하기로 했다. 기탁은 박물관 등에 맡겨 놓은 상태에서 필요시 언제든지 다시 가져올 수 있다. 때문에 340여 년 된 현종 하사 옥잔을 비롯한 미수 허목 선생의 친필본 및 베네딕도 왜관수도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겸재 정선 화첩 21점 등 국보급 작품을 전시할 칠곡지역 박물관 건립이 절실히 요구된다.
현종 옥잔은 6·25전쟁 때 박곡종택 불천위 사당에 두고 피난을 갔으나 박곡종택에 사령부를 설치한 북한군이 옥배인 줄 모르고 사당 앞 마당에 버려 놓고 갔다고 박곡종손은 전했다. 또 박곡종손은 미수 허목(1595~1682년) 선생의 친필본의 경우 6·25전쟁 때 피난을 다니면서도 분실하지 않고 고이 보관해 왔다는 것이다. 이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매원마을 종택을 떠나고 싶지 않는 간절한 소망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
나아가 이필주 문익공 13대 종손이 대구가톨릭대학에 기증한 용비어천가-두시언해-박통사언해 등 원본(조선 현종이 귀암 문익공에게 하사)은 물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보관중인 팔만대장경 형태의 목판, 위당 정인보 선생 서간문(이수욱 매원마을보존회장이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 기탁) 등도 칠곡군에서 빛을 볼 수 있도록 박물관 건립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동진 `매원희망마을` 대표
nakdon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