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장마 피해 속에 유럽 연수를 강행해 공분을 샀던 충북도의원 4명에게 비난의 물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을 비롯한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출국 하루 전 수해로 인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정부에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해 놓고 곧바로 유럽으로 외유성 연수를 떠나 비난을 받았다.
특히 김학철 도의원은 자신들의 유럽 연수를 비난하는 국민을 레밍(lemming·들쥐)에 비유해 이들이 분노하고 있다. 레밍은 집단 서식하다가 직선 이동하면서 호수나 바다에 줄줄이 빠져 죽기도 해 레밍의 맹목적인 집단행동을 국민에 비유했기 때문이다.
선출직은 자신이 주인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대통령은 국민의, 도지사와 도의원은 도민의, 군수와 군의원은 군민을 각각 대행하는 일꾼이다. 주민은 물난리 등으로 심신이 죽을 맛인데 이에 아랑곳없이 시민 혈세로 연수를 빙자한 외유를 즐기려 떠나는 선출직이 주인인 주민을 위한 일꾼인가? 이럴려고 주민들이 직접 일꾼(선출직)을 뽑아 주민이 원하는 지방자치를 하려고 했는가?
머슴과 일꾼의 위치에 있는 선출직들이 되레 주인 행세를 하기 쉬운 현행 지방자치는 적폐를 생산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만큼 오히려 관선시대가 좋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칠곡군도 최근 혈연·지연 위주의 인사로 칠곡군청공무원직장협의회 자유게시판에는 이를 비난하는 글들로 연일 도배를 하고 있다. 인사는 인사권자의 고유한 권한이다. 그러나 혈연·지연·학연 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인사권자가 자기 마음대로 다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인사를 아무리 공정하게 잘 해도 인사 대상자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주민과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칠곡군 다수의 공무원들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결과인 정상적인 승진에 대한 희망만은 버리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
박상근 경영학박사는 서울경제 칼럼에서 희망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미국의 인권운동가였던 마틴 루서 킹 목사는 "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희망"이라고 했다. 사회 구석구석이 희망으로 가득 차 있을 때 나라는 흥한다. 가을에 풍성한 결실을 거둘 수 있다는 희망이 없으면 봄에 농부는 씨를 뿌리지 않는다.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희망이 없으면 상인은 장사를 하지 않는다.
국가가 어려울 때 훌륭한 지도자는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 윈스턴 처칠이 위대한 지도자인 것은 그가 절망적인 상황에 있던 영국 국민에게 희망을 줬기 때문이다. 존 F. 케네디가 이렇다 할 업적을 남기지 않았음에도 미국 국민이 그를 잊지 못하는 것도 그가 온 나라에 희망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제3공화국 시절 박정희 대통령은 국민에게 경제개발이 성공하면 보릿고개의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줬고 새마을운동으로 국민의 힘을 한 곳으로 모았다. 유신헌법 선포 등 독재적 면모도 있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오늘날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과 함께 대한민국을 이 지경으로 몰고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버지의 이같은 위대한 업적에 먹칠을 하고, 2012년 타임지에 오른 `독재의 딸`(The Dictator’s Daughter)이라는 오명을 더하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대국민담화문에서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며 `내가 이럴려고 대통령을 했나`하는 자괴감으로 괴롭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다음은 전여옥 前국회의원의 박근혜 대통령에 관한 어록에 나오는 내용이다.
국민은 멀리서만 본다. 당연히 실체를 알 수가 없다. `부모 없는 불쌍한 박근혜`를 지켜줘야 한다고, 그러니 대통령으로 뽑아줘야 한다고, 아버지에게서 보고 배운 것이 있을 거라고 믿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 상황이 기막히고 참으로 걱정스러웠다. 불쌍하다고 대통령을 뽑아주면 국민이 불쌍해진다. 대통령이 불쌍하다고, 어떤 아버지의 딸이라서 표를 준 국민도 문제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준 권력을 사유화했다. 유신의 사고와 독재의 사고로 권력을 사용(私用)했다. 은밀하게 청와대를 출입해도 문제가 될 판인데 연설문 유출에 외교·안보 기밀까지도 최씨 손에 건네졌다고 한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 참담함과 창피함이 왜 우리 국민의 몫이어야 하는가?
이성원 편집국장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