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를 움츠리며 발을 동동 거리게 만든 동장군이 물러가고, 봄비와 함께 따스한 햇빛이 내리쬐는 4월이 찾아왔다. 놀이동산에서는 엄마, 아빠의 손을 잡은 아이들이 꺄르르 소리를 내며 웃고, 학교에서는 새로이 사귄 친구들과 시끌벅적하게 이야기 꽃을 피우며 개학의 설렘을 즐기고 있다.
‘처음’이란 단어는 늘 그 단어가 내뿜는 향긋한 설렘과 흥분에 사람을 한껏 취하게 만든다. 이런 감정은 달콤하지만 때로는 남태평양 망망대해 어딘가 홀로 표류된듯한 낯섦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작다면 작은 선거지만, 첫 4·12 보궐선거를 치르면서 그것이 주는 감회는 실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다가왔다.
동물은 본능을 통해 살아가지만, 인간은 경험을 통해 습득한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성장해간다고 한다.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살과 피가 되는 경험이 뇌리 속에 몇몇 남아 있다. 거소투표신고가 제대로 들어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나병(癩病)환자 촌을 찾아가 거소투표신고인을 대면조사 했던 경험이 가장 신선하게 생각난다. 실은 그 마을을 방문할 때만해도 그 분들에 대한 선입견이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어르신들을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막연히 우려했던 감정들은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하는, 바람결에 흩날리는 민들레 꽃씨와 같이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몸이 불편하신 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하겠다는 그들의 주권의식에 오히려 고개가 숙여졌다. 선조들의 피와 땀으로 얻어진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는 첫걸음은 스스로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해마다 선거를 치르면서 유권자의 의식은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그 부피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채워 나가야할 투표참여도의 공동(空洞)은 존재한다. 그 공동을 메우기 위해서는 관심(關心)이라는 흙을, 참여(參與)라는 삽으로 퍼다 나를 수 있는 행동력과 ‘채움’이라는 결실을 맺기 위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는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대한민국 유권자 모두가 그 행동력와 의지를 보여주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