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 순심고등학교에 국어교사로 근무 중인 박경한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목련탑`(만인사)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첫 시집 `살구꽃 편지`에 이어 10여 년 만에 출간한 것으로 인간과 자연에 대한 통찰과 서정 미학이 더욱 깊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선굉 시인은 시집 해설에서 `사이`와 `한 뼘`이라는 시에 주목한다. 사이가 있어 꽃이 핀다 사이가 있어 새가 둥지를 틀고 해살 모아 알을 낳는다 사이가 있어 바람이 불고 사이가 있어 서로 바라본다 사이가 없다면 그대도 나도 어느새 겨울이다 -`사이` 일부 모든 경계는 한 뼘이네 한 뼘의 경계에서 배롱꽃이 피고 한 뼘의 경계에서 산 위로 달이 뜨네 한 뼘의 차이로 당신은 떠나고 한 뼘의 차이로 당신을 안을 수 없네 -`한 뼘` 일부 `사이`가 관념적이고 영감 중심, 사유와 철학을 대변하는 시라면 `한 뼘`은 즉물적이고 감동 중심, 관계 중심의 시학이라 할 수 있다. 형식과 내용의 합일이 시의 미덕이라면 박경한 시인의 시 `목련탑`은 `사이`와 `한 뼘`의 통합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박경한 시인의 시는 현장성에 바탕을 둔 인문학적 통찰과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과 사유가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부처가 열반에 들 듯 목련꽃이 졌다 오월의 햇볕이 그를 화장해서 색깔과 향기를 없앴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서둘러 장례를 치른 것은 내년의 환생을 믿기 때문이다 또 봄이 오면 목련탑 불사佛事로 야단법석일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목련탑` 전문 김선굉 시인은 “`목련탑` 자체만으로도 절정으로 피어오른 목련의 아름다움은 전달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칫하면 치명적이 될 수도 있는 대담한 레토릭이 성공적으로 구현되고 있다. 이러한 수사적 전략은 시인의 상상력의 무게가 `한 뼘`의 감동보다는 `사이`의 영감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그것은 소멸의 미학이자 그 소멸 너머에 있는 `환생`에 대한 믿음과 기대의 시학이다”라고 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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