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을 잡고 5일장을 보러간 추억과 향수는 남다를 것이다. 장날의 북적임, 뻥튀기소리,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상인과 손님들의 정겨운 흥정소리는 아직까지 귓가에 선하다. 그러나 우리 삶의 애환이 담긴 전통시장은 도시화로 인한 삶의 양식 변화 등으로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SSM)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2005년 27조원에 달하던 전통시장 매출액은 2014년 20조원으로 10년새 26%나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대형마트 매출액은 23조원에서 46조원으로 배나 증가했다. 특히 해외직구, 홈쇼핑, 편의점 등 소비자들의 유통형태의 변화로 전통시장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서민생활과 밀접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 10년간 2조원 이상을 들여 비가림막(아케이드) 설치, 시설개보수, 주차장 확보, 화장실 개선 등 전통시장 현대화사업을 활발히 펼쳤다. 하드웨어적인 부분에 많은 지원과 투자를 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전통시장의 열악한 환경을 일정수준 개선함으로써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갖춘 부분에 의의가 크다 할 것이다.
전통시장이 대형 유통업자들의 자본력과 경영노하우를 따라 가지는 못할 것이고, 대형마트, 백화점과 같은 쇼핑의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을 제공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제 전통시장은 가격 협상력과 편의점을 갖춘 대형마트와의 경쟁보다는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고 싶고, 다시 오고 싶어하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살거리,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추억거리 등 소비자들의 호감을 살 수 있는 전통시장만의 특색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광장시장의 빈대떡, 마약김밥, 신포국제시장의 쫄면, 오색만두, 남부시장의 피순대, 장흥토요시장의 장흥삼합, 봉평시장의 메밀먹거리와 같은 전통과 특색 있는 먹거리 개발은 물론 통인시장의 엽전사용, 도시락카페(시장에서 구입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는 곳), 공방 DIY(Do It Yourself) 등 독특한 즐길거리와 체험공간이 필요하다. 또 밤에도 북적이는 특색있는 서문 야시장과 부평 깡통야시장, 내일동 전통시장과 아리랑 시장의 트릭아트(착시효과 그림) 등은 볼거리, 추억거리, 즐길거리가 가득찬 시장들로 특화된 전략과 함께 전국에서 소비자들이 찾아오고 있다. 요컨대 경북도내 전통시장들도 그 시장만이 가진 특색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또 젊은 세대들을 전통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전통시장의 주 이용객이 50~6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전통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20~40대 젊은이들이 전통시장을 찾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 젊은 세대들에게 시장은 아직 낯설고 대형마트보다 불편한 곳이라 여겨지는 실정이다.
엄마가 유모차를 끌고, 아이의 손을 잡고 전통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작은 도서관, 작은 공연, 문화공간이라든지 젊은이들과 지역민이 모여 지역사회의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토론의 공간, 커뮤니티의 장이라든지, 프리마켓 등 사람들간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시장 내 특정구역을 청년창업과 청년상인 점포 등의 공간으로 집적화한다면 전통시장에 젊은 세대들이 모여들고 젊은이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빠와 엄마를 따라 전통시장을 즐겨찾은 아이들은 어른이 된 후 자식들과 전통시장을 찾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지역의 전통과 관광자원과의 연계 등 차별적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전통시장은 우리시대의 사라져서는 안 될 가치를 지닌 역사와 전통을 지닌 의미 있는 장소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 시장상인, 지역민 모두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