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乙未) 원단(元旦)을 맞아 청양(靑羊)의 상스러운 기운을 받으면서 나 이필주(李弼柱)는 오늘을 기해서 그 길고도 깊으게 맺어온 우리의 사랑에 결별을 고하면서 그 마지막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 물론 이 결행으로 인해서 앞으로 나의 삶에 생살점을 떼어내는 듯한 긴 아픔이 기다리겠지만. 이 길이야말로 너와 내가 해야할 오늘의 중차대한 일이로다. 내 너를 그토록 좋아했건만 나는 이제 너를 떠나 보내야만 한다. 내가 남자라는 것을 알기 시작했을 때부터 내 너를 가까이 해온 것이 어언 오십여성상(五十餘星霜)! 하루에도 수십번씩 손 끝으로 너를 만지고 또 혀 끝으로는 너의 그 독특한 향기를 뼛속 깊이 느껴야만 비로소 직성이 풀렸다. 마치 내 몸뚱아리의 일부분인 것처럼 내 너를 품어안고 다니면서 서로가 그렇게도 좋아했건만! 그래도 이제 나는 너를 떠나 보내련다. 내 인생에 반려(伴侶)되어 지금껏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함께 해온 너로서는 이렇게 일방적으로 결별을 고하는 이 사람이 너무나도 비정(非情)한 인간으로 보일 것이다만 그래도 내 어쩔 수가 없도다. 내 너에게 준 한없는 사랑 속에 불타듯 오그라들면서 울부짓던 너의 하얀 몸뚱아리를 떠올리다 보면 또 이 마음이 약해지면서 이것 저것 다 참고 그냥 내 인생 끝나는 날까지 너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이나! 그래도 그럴 수는 없다. 어쨌던 이번에는 기필코 내 너를 떠나 보내야만 한다. 이러한 작별의 결단을 내리는 나를 한없이 원망하겠지마는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요즈음 우리 주위에는 사랑의 공간을 훼방놓는 무리들이 너무나 많이 생겨났다.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사랑을 나누다 들키면 10만원 때린다네! 무슨 놈의 세상에 이런 경우가… 또 하나는 너와 하는 사랑의 화대(花代)가 너무 뛰었단다. 연초부터!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내 너를 떠나 보내려는데에는 그저 조그마한 구실에 불과한 것이고 실인즉슨 어느 덧엔가 그 좋던 내 기력이 뚝 떨어져 내 너를 받쳐 주지를 못하는구나. 바로 이것이 나의 현주소란다. 내 부끄러운 일이로다만 니가 이해해 주면 좋겠다. 그래서 내 너를 간절히 떠나 보내려고 하는 것이다. 기왕지사(旣往之事) 이렇게 된 것 떠나는 마당에 나의 체면없는 부탁 하나 들어주게! 니 알다시피 지금껏 저질러온 그 많은 나의 모든 허물은 니가 다 떠안고 갔으면 쓰것다! 그러나 다만 喜者와 樂者만은 버려두고 가거라! 이 자들이야말로 내게는 두고두고 되씹을 보약 같은 추억이 될 것이니까! 잘가시오 그대 나의 불알친구여 Good bye cigarette 사요나라 다바코 乙未元旦에 於 歸巖 古宅 心村 李弼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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