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경의 행복한 결혼생활의 조건(1)
"나는 칼 갈고 우산 고치는 일을 합니다. 셋째 아들이지만 부모님을 모시는 축복권은 다른 형제들에게 양보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내는 내 몸처럼 사랑하겠지만 부모님은 아내보다 더 사랑할 것입니다. 부모님 유산은 하나도 안 받을 계획이고 대신 동생 공부는 내가 시켜야 합니다. 신혼살림은 달셋방에서부터 시작할 겁니다. 나하고 살게 되면 고생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선생님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기도원에서 한방을 쓰던 분의 소개로 처음 만나게 된 남편! 서로 인사만 하고 헤어진 후 4년이 지난 어느 날 제주도에서 경주까지 찾아와 청혼을 했다.
당시 나는 교편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 갑작스런 청혼에 그 날은 한마디로 거절하고 돌려보냈지만 그 후 1년 동안 생각해보고 주위 사람들의 권고도 있고 해서 나는 다시 그를 만났다. 만난 후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신랑감이라면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만난 지 한 달 만에 우리는 결혼을 했다. 그리고 27년의 세월이 흘렀다. 칼 갈고 우산 고친다던 남편은 그림처럼 예쁜 집도 지을 줄 알고 독도 지키기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맞선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단점은 숨기고 장점은 열심히 주입시킨다. 그렇잖아도 단점이 눈에 띄지 않는 연애기간에 장점만 세뇌당한 연인들은 서로에 대한 환상만 가지고 결혼을 한다. 그런데 결혼은 이상이 아닌 엄연한 현실이고 그 현실 속에서 부부는 모든 것을 죄다 숨길 수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드러나는 상대방의 단점은 무방비 상태의 상대방에게 실망감과 배신감만 불러 일으켜 피차 상처를 주고 받다가 결국 불행한 결말로 끝나기 쉽다.
청혼할 때 솔직하게 털어놓은 남편의 단점을 수용한 결혼이었기에 27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 나는 남편을 만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오히려 나같이 부족한 사람이 남편을 만남으로 인해 날마다 조금씩 완성되어져 가는 것을 느낄 때마다 이런 남편을 만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죄가 없다고 하는 사람은 용서해 줄 구세주가 필요 없지만 죄를 많이 지었다고 고백하는 사람은 용서 받을 뿐 아니라 구세주가 신랑이 되어 주셔서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하시는 것처럼 모든 연인들이 청혼할 때 피차 장차 기뻐할 장점은 접어두고 서로의 단점만 고백한다면 그 결혼생활은 행복한 결혼 생활이 되리라 확신한다.
"왜 그때 당신의 단점을 그렇게 다 얘기했나요? 남들은 숨기려고 애를 쓰는데…."
"응 결혼은 보다 나은 상대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동반자를 찾는다는 개념이기 때문이야. 아무리 좋은 구두라도 내 발에 안 맞으면 버리고 내 발에 맞는 신발 찾아 신잖아."
미래의 신랑 신부들이여! 장미 빛 결혼생활 꿈꾸며 장점만 열심히 이야기해서 막상 결혼한 뒤 전전긍긍 실망하며 사는 부부가 되지 말고 일찌감치 단점은 있는 대로 다 털어놓고 결혼한 뒤에는 해마다 장점 하나씩 드러내며 배짱 튕기면서 행복하게 사는 부부가 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