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이른바 `최숙현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7월 임시국회 주요 입법과제로 선정했다. 지난 10일 이용 통합당 국회의원(비례)이 대표 발의한 최숙현법은 체육계 (성)폭력 문제 전담기관인 스포츠윤리센터의 권한과 의무를 대폭 확대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국회도 아직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각성을 촉구한다. 지금 소를 잃은 것이 아니다. 23살의 꽃다운 나이에 소중한 목숨을 스스로 포기하도록 만든 것은 누구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다. 국회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체육계의 폭행과 성폭력 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체육계의 폭력, 잊을 만하면 터져 나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해 1월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 선수가 전 국가대표팀 코치로부터 성폭력과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사건이 터졌을 때 국회는 체육계 (성)폭력 방지법과 처벌규정을 제정했어야 했다. 민주당과 정부는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으로 체육지도자가 선수 대상 (성)폭행으로 상해를 입힌 경우 판결 전이라도 지도자 자격 정지 및 영구제명키로 했다. 이와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인 ‘국민체육진흥법’과 ‘체육회 폭력·성폭력 재발 방지법’을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당시 당정은 ▶체육계 (성)폭력 등 비리 근절을 위한 법·제도 정비 ▶국가대표 훈련 환경 개선, 인권보호 대책 추진 ▶국가인권위원회 내에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설치 ▶성적주의의 엘리트 체육시스템 개선, 폐쇄적 구조의 체육 인재 육성시스템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키로 했다.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입수한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신고·처리 현황`에 따르면 2014~2018년 사이 접수된 전체 신고 건수 113건 가운데 징계 처분은 65%에 그쳤다. 이 중 `영구제명`이나 `자격정지 5년 이상` 등 중징계는 각각 9.7%(11건), 7.1%(8건)에 불과했다. 특히 절반 수준인 47.8%(54건)는 `경고·견책·근신` 등 비교적 가벼운 징계에 머물렀다. 또 3.5%(4건)는 `무혐의`나 `징계 없음`으로 확인됐다. 폭력·성폭력을 저질러 징계를 받은 감독이 다시 복귀하는 경우도 많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이 2018년 10월 대한체육회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체육 종목 단체와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징계가 내려진 총 860건(폭행·성폭력 관련 111건 포함)의 사례 가운데 징계 기간에 가해자가 복직 또는 재취업을 한 경우는 24건, 징계가 끝난 뒤 복직 또는 재취업을 한 사례는 299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권위적인 체육계의 수직적인 권력 구조의 근본적인 문제는 `성적지상주의`라고 지적했다. 이같이 만연한 체육계 관행 때문에 (성)폭력 등이 근절되지 않고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치닫는 병폐에는 극약처방만이 묘약이다. `민식이법`의 경우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여기저기서 이 법의 제정을 촉구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물론 지방의회, 연예계, 청와대 청원, 대통령까지 나선 결과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뒤 100여일 만인 지난 3월 25일 시행됐다. 민식이법은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해 사망이나 상해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을 말한다. 그러나 민식이법에 따른 교통사범의 형량이 강도 등 파렴치범보다 너무 가혹해 형평성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제한 속도 30km/h 이하로 서행하더라도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와 차량에 부딪힌 뒤 2차 사고 등으로 사망했을 경우 운전자는 징역 3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요컨대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매우 억울하게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민식이법에 적용되는 강한 처벌 규정을 담은 보다 강력한 `최숙현법`을 먼저 만들어 시행했어야 했다. 처벌 규정을 강화해 체육계에 도려내기식 등으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면 안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17년부터 SNS을 중심으로 시작된 `미투운동`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것은 관련법과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투사건과 체육계 폭행은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오히려 내부고발자로 낙인 찍히거나 선수생활을 더이상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쉬쉬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만큼 문제 발생 시 외부에 쉽게 알릴 수 있는 채널 마련도 중요하다. 체육계의 만성적인 (성)폭행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최숙현법`으로 소중한 목숨과 스포츠 인재를 동시에 지킬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성원 편집국장 news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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