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내 한복판에 있는 미군기지 반환 부지에서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된 가운데 왜관 미군기지 캠프캐럴의 환경오염 문제도 계속 제기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특히 왜관 캠프캐럴은 환경오염을 시킨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미군기지 내는 물론 인근 지역에 대한 당국의 정기적인 오염실태 조사가 요구된다.
녹색연합은 지난 12일 폐쇄된 지 11년이 지난 부산시 진구 주한미군 군수물자재활용사업소(DRMO) 부지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다이옥신으로 심각하게 오염된 사실이 드러난 인천 부평의 미군기지 캠프마켓에 이은 두번째 사례다.
2011년 5월 왜관 캠프캐럴 미군기지에도 치명적인 독성물질인 고엽제를 매몰했다는 증언이 나와 충격을 준 바 있다.
당시 캠프캐럴에서 중장비 기사로 복무했던 스티브 하우스 씨가 “1978년 왜관읍 미군기지 뒷산에 고엽제로 쓰이는 독성물질을 매몰했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스티브 하우스 씨는 2011년 7월 27일 왜관을 방문해 주한미군의 고엽제 매립을 주장한 캠프캐럴 헬기장 인근에서 매립 지점을 현장 증언했다.
이에 앞서 2009년 5월 21일 오전 10시20분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왜관 3주공아파트 앞 도랑에서 폐유 유출로 보이는 기름띠와 악취가 발생해 칠곡군이 진상조사를 벌인 바 있다.
당시 칠곡군은 기름띠가 형성된 진원지를 찾아가보니 기름에 오염된 이 도랑의 물은 왜관 캠프캐럴 미군기지(정문쪽) 안에서 흘러나오는 것으로 확인돼 미군 부대측에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지류는 왜관 동정천을 거쳐 대구와 부산 등 낙동강 하류에 사는 주민의 식수원인 낙동강으로 유입된다.
지난해에도 캠프캐럴 후문 방향인 왜관읍 석전리 주민들은 미군기지 쪽에서 폐수가 도랑을 타고 계속 흘러나와 칠곡군 담당부서에 수차례 신고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녹색연합이 입수한 정부의 ‘미군기지 주변 지역 환경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왜관 캠프캐럴 지하수에서는 기준치보다 25.4배와 89.5배가 높은 TCE(트리클로로에틸렌)와 PCE(테트라클로로에틸렌)가 각각 검출됐다.
발암물질인 TCE, PCE는 무색의 휘발성 액체로 주로 드라이클리닝 용제, 금속 세척제를 제조하는 데 사용된다.
중금속인 납도 기준치의 11.3배나 달해 오염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김중로 의원도 지난해 10월 “캠프캐럴에서 기준치를 4배 이상 초과한 과불화화합물이 낙동강으로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과불화화합물은 불소와 탄소가 결합한 화학 물질로 PFOS, PFOA, PFHxS 3종이 수질 감시 항목으로 지정돼 있다.
소화 용액, 프라이팬, 등산복 등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며, 난분해성으로 노출 시 암과 임신 장애, 생식기능 저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의원이 입수한 미국 국방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11월 캠프캐럴에서 PFOS와 PFOA가 327ppt 검출돼 식수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PFOS 또는 PFOA가 70ppt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기준치를 정하고 있지만 왜관 캠프캐럴에서 검출된 과불화화합물은 기준치의 약4.6배를 초과한 것으로 밝혀져 원인규명은 물론 미군기지와 인근 지역의 전반적인 환경오염실태 조사-발표가 시급히 요구된다.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에는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의 오염현황 파악을 위해 5년마다 환경기초 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는 미군기지 내에서 오염사고가 발생해도 한국측의 기지 내부조사에 대해 권한이 보장돼 있지 않아 이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성원 편집국장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