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가끔 길에서 탁발하는 스님들을 봅니다. 그런데 조선시대 그림에 탁발하는 스님 모습이 보입니다. 바로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가운데 “법고”입니다. 그림을 보면 가운데서 법고를 두드리는 스님이 있고, 그 왼쪽엔 패랭이와 감투를 쓴 사내들이 꽹과리와 목탁을 칩니다. 그리고 아래쪽에 고깔을 쓴 비구니 스님이 부채를 펼치고 시주해주기를 기다립니다. 이렇게 스님들만으로 만든 놀이패를 ‘굿중패’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오른쪽에는 쓰개치마와 장옷을 쓴 다섯 명의 여인네들이 시주하려고 서 있지요. 쓰개치마는 그야말로 치마를 둘러 쓴 것과 같은 형태이고, 장옷은 두루마기 같이 소매가 있는 모양입니다. 두 가지 모두 여인네들이 바깥나들이 할 때 얼굴을 가리려고 쓰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것은 한 여인네가 쓰개치마를 개켜 머리 위에 얹고 있습니다.
그런데 왼쪽에는 옥색 도포를 입은 한 사내가 한 여인네들을 바라다봅니다. 이 사내는 시주할 생각은 없고 그저 여인네들을 느끼한 눈으로 바라보는 듯합니다. 조선시대 양반 사대부들은 유학자들이어서 불교에 관심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여인네들은 다릅니다. 사대부가의 여인일지라도 그들은 여전히 자신이 처한 운명과 다가올 앞날을 불교신앙에 의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옛 그림을 보면 당시의 풍속과 함께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마음까지 엿볼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